대산종사가 제1차 세계종교인 평화회의(WCRP)총회를 통해 ‘세계 평화 3대 제언’을 발표한 지 50년이 됐다. 삼대 제언은 종교연합 창설, 공동시장 개척, 심전개발 훈련이었다. 이 중에서도 종교연합은 ‘우리 모든 종교인들이 합심 합력하여 국제연합 기구에 대등한 종교연합 기구를 창설하여 인류의 영과 육의 무지·빈곤·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의무와 책임을 갖자’는 취지로 주창되었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 사상과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깊이 통찰한 끝에 나온 대산종사의 구세 경륜이었다. 

그는 이 뜻을 이루기 위해 초지일관했고 교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종교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 결과 원불교는 종교간 대화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원불교인들은 이웃종교인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개방적이고 원만한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아시아종교인 평화회의(ACRP)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연대 활동은 종교 간 대화와 평화 운동 분야에서 교단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종교연합 정신의 실현에 묵묵히 헌신한 선후진 법동지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종교연합운동의 실천은 몇몇 학자나 종교인들의 몫이 아니라 하나가 된 세계에서 다종교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의 몫이 됐다. 종교연합을 선도하는 우리 교단은 내실 있고 모범적인 실천으로 종교간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앞당겨야겠다. 

첫째로 잠재된 종교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 진리에 바탕한 종교라면 서로의 교리와 제도라는 방편이 다를 뿐 근본이 하나라는 일원주의 사상에 철저해야 한다. 깊은 신앙과 수행으로 진리를 깨닫고 제불제성의 심인 자리를 각득해야 한다. 그래야 타종교에 대한 경계심을 녹이고 존중할 수 있다.

둘째, 이웃종교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도 가능하다. 세계종교인 평화회의 의장을 역임한 신학자 한스 큉 교수는 ‘종교 간에 평화가 없다면 국가 간에 평화도 없다. 종교 간에 대화가 없다면 종교 간에 평화도 없다. 종교의 근본에 대한 연구가 없다면 종교 간에 대화도 없다.’라고 말했다. ‘모든 종교의 교지(敎旨)도 이를 통합 활용하여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의 신자가 되자’는 대종사의 말씀을 유념하자.

셋째, 각 지역 단위로 종교간 교류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종교인들의 연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현장 교역자들이 이미 잘하고 있지만 이런 활동들이 하나 둘 쌓여갈 때 종교 간 장벽이 낮아지고 서로를 은혜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될 것이다. 대산 종사의 게송을 다시 마음에 새기며 하나의 세계 개척에 힘차게 나서자.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

[2020년 10월 1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