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영 한국방송공사(KBS) 기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최경영 기자는 1995년 KBS에 입사해 주로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맡아 활동했다. <탐사보도팀>, <미디어포커스>,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에 참여했고, <KBS 스페셜>로 방영된 ‘고위 공직자 재산 검증’으로 2005년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이 ‘고위 공직자 재산 검증’ 프로그램은 미국 탐사보도협회(IRE) ‘네트워크 텔레비전’ 부문에서 결선에 오른 최종 5개 작품(TOP 5 FINALISTS)에 포함되기도 했다.

2007 IRE 전미탐사보도협회 객원연구원, 2015 뉴스타파 에디터, 2019 국제 에미상 심사위원, 2019 방송기자협회 저널리즘 특위로 활동한 그는  현재 KBS 1 라디오 경제프로그램 ‘최경영의 경제쇼(월~금 16:05~16:54)’와 KBS라디오 유튜브 채널 ‘최경영의 이슈 오도독’을 진행하고 있다. 25년 고참기자, 그를 만났다. 인터뷰이가 된 그는 저널리즘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양심(良心)을 첫 워드로 꺼내놓는다. 
 

저널리즘의 중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 헌법에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한다고 명시돼 있듯, 기자는 팩트와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쓴다고 생각한다. 어질 양(良) 마음 심(心), 기자에게는 양심이 중요하다. 하나의 사건(팩트)을 두고 어떤 양심으로 기사를 쓰느냐는 중요한 시작이다. 양심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팩트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누구를 위한 진실인가 
개인마다 양심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를 위한 진실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How to)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베리타스(Veritas)는 지금의 영어로 하면 베리파이(Verify), 검증하는 것이다. 진실을 알려면 검증할 수밖에 없다. 검증하려고 인간이 발달시킨 게 과학이다. 자연과학은 실험을 통해서 검증한다. 거듭되는 검증(Verify)을 통해 진실(truth)를 찾아내는 것이다. 사회과학 중에서 가장 정형화가 잘되어있는 분야가 경제학이다. 그런데 경제학도들도 현실에 대한 진단과 예측이 모두 다 르다. 똑같은 숫자를 가지고도 자신의 경제학적 양심에 따라 진실을 다르게 본다. 훈련받은 경제학자보다도 못한 검증으로 기자가 기사를 쓴다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이 조악한 사회과학이 되는 것이다. 

기자의 양심에 따라 기사가 팩트인지 아닌지,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없는지, 다른 관점에서 팩트는 어떻게 보이는지,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베껴서(컨트롤C+V)기사를 쓰고,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노골적인 영업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대치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팩트를 제공하고, 이를 검증해가는 게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양심이다.

 

최대치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팩트를 제공하고, 이를 검증해 가는게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양심이다


종교와 언론이 충실해야 할 주체
인간은 진리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종교와 언론은 인간이 갖는 진리추구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진리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미디어 측면에서 굉장히 밀접해 있다. ‘무엇인가 전달해줄 만한 조언들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것’이 미디어다. 신정시대부터 민주정시대에 이르기까지 누가 미디어를 차지했는지 보면, 사실 수만 년간 신들의 기록이 있었고, 수천 년 동안 왕들의 기록과 지금 약 200년간 시민들의 기록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미디어의 역사다. 이 측면에서 보면 종교와 언론이 충실해야 할 주체는 시민이다. 종교와 언론 본연의 역할이 회복되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행 프로그램에서 언론개혁을 중심에 두고 있는데
언론의 자유는 정확히 말하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이지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다. 우선 출입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입처(정부나 기관)의 정보를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Top-down) 전달하려는 것이 출입처제도다. 출입처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정경유착 등 부작용이 훨씬 더 심한 것이 사실이다. 언론사들이 출입처를 독점하고, 출입처에 들어가려면 기성 언론 기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억지 행패가 어디 있는가. 

제도적인 언론개혁으로 출입처제도를 든다면, 상식적인 사회의 회복은 언론 본연의 역할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관점과 반박, 해석이 있는 미디어 시대, 하나의 사건(팩트)이 충실하게 검증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언론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 공정을 사칭하지 마라’ 일갈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은 어려운 개념이다. 우리나라 기성 언론에서만 쓰는 표현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거나,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 등을 발표하면 ‘시장이 반기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일례로 부동산 시장은  중개인-매도자-매수자가 있다. 중개인은 거래가 성사돼 수수료를 많이 남기는 게 이윤이고, 매도자는 비싸게 팔고 싶고, 매수자는 싸게 사고 싶은 사람이다.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서 ‘시장이 반기지 않는다’는 표현 자체가 편파적이다. 

환경산업과 관련해서 정유회사를 규제하면, 정유회사는 반기지 않는다. 그러면 ‘정유회사는 반기지 않는다’라고 말하면 된다. 외국은 그렇게 말한다. ‘시장은 반기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언론표현은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염된 정보다. 정치권에서 굉장히 애매모호한 추상적인 가치를 가지고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거나, 본인의 입맛에 따라서 ‘공정’을 이야기한다. 공정을 사칭하지 않는지, 누구보다 언론인은 더 깊게 생각하고 성찰해야 한다. 

기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 기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질문하고 자료와 증거를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 그는 이렇게 이 시대 주체인 시민을 위해 정당한 언론 권력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는 끊임없이 팩트를 Verify, 검증하고 있다. 

[2020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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