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대종사는 36년을 1대로 삼고 1대는 3회로 나누어 12년을 1회로 삼았다. 제1대 제1회 12년간은 교단 창립의 정신적 경제적 기초를 세우고 창립의 인연을 만나는 기간으로, 제2회에는 교법을 제정하고 교재를 편성하는 기간으로, 제3회에는 법을 펼 인재를 양성 훈련하여 포교에 주력하는 기간으로 정하여 그대로 실행했다. 소태산의 계획적인 취사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전통을 계승해온 교단은 현재 원기108년까지를 기한으로 한 제3대 제3회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처해 있다. 금년 3월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한 교단 4대 설계 준비 작업은 11월 총회에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속도를 더할 예정이다. 특위 출범에 앞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1년 정도는 평가에 공들이자. 그 동안 교단은 상대적으로 평가 작업에 소홀했다. 이번에는 평가팀부터 출범시켜 원기106년은 오롯이 평가 작업에 집중하기 바란다. 지난 3대를 평가하거나 3회를 평가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현 교정원은 교정 현안에 집중하고 별도의 임시 조직을 가동하여 평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 해를 온전히 평가에 공을 들이는 기간으로 삼기를 바란다.

둘째, 3개 정도의 설계 시안을 도출하자. 출가·재가·남녀·세대·분야를 아우른 조직에서 브레인스토밍 수준의 의견들을 모아 진행하는 작업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총체적 관점이 반영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출발한 의견들만 나열되면 지향이 불분명하고 무색무취한 실행계획서가 나오게 된다. 새로운 관점과 참신한 구상이 수렴되도록 하려면 초기에는 다양한 집단별로 팀을 따로 운영해서 최대한 창의적인 안들이 나오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엔 반드시 교단의 비전과 사명에 맞도록 이 시안들을 수렴하고 보완해서 단일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무위로 돌아간 수 년 전의 교헌개헌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셋째, 교구 단위, 현장 중심으로 진행하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서 계획을 세우고 그 결실 역시 현장에서 거두어야 한다. 교화현장의 주역들이 계획 수립의 주체로 참여할 때 가능한 일이다. 큰 틀에서 초안이 나온 교구자치제의 조직 단위별로 나름의 미래 계획을 설계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원기108년 이후에 다시 교구 단위 계획을 짜는 시간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미래 설계안이 교정원만의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단 발전을 위한 평가와 미래 설계에 인력, 시간, 예산의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장의 적극적 참여로 설계안의 실행력을 보장해야 한다. 계획은 늘 급변하는 현실과 어긋나곤 한다. 그래도 미래는 늘 준비하고 계획하는 자의 것임을 잊지 말자.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주세 회상의 양양한 미래를 정성스럽게 준비하자.

[2020년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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