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모든 사람이 설사를 하지만 소음인 설사는 고질적이다.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게 아니라 대개 어려서부터 시작하고, 상습적이며, 특정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요즘은 이런 증상을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 진단하지만 1980년대까지는 그런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생해야 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drome)은 “특별한 기질적인 원인이 없는” 만성 복통 설사를 말한다.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만성 염증 소견이 분명한 크론병과는 정의가 좀 다르다. 사상의학은 그 특별한 원인이 존재하며, 체질에 있다고 본다. 소화기관의 운동력이 약해서 속이 냉한 소음인의 특징적인 증상이라 보는 것이다. 


유병율(이 병을 앓는 환자의 비율)이 10%에 이르고, 전 인구의 20%가 평생 한번은 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음인의 비율이 20%인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수치이다.
 IBS의 주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며, 복부팽만감, 변비, 점액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복통 설사가 나타나는 증상기와 특별한 처치없이 증상이 없어지는 무증상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원인”을 모르는 서양의학에서 볼 때 “특별한 처치” 없이 증상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일 뿐이다.


체질적 관점에서는 소음인의 이한증(속이 냉한 증)이 심해지면 증상기, 호전되면 무증상기가 된다. 소음인이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면역력이 저하되면 평소의 이한증이 악화되고, 따뜻한 음식을 많이 먹고 섭생을 잘 하면 호전되는 것이다. 여기서 찬 음식이란 온도가 찬 음식 뿐 아니라, 삼겹살이나 상추처럼 성질이 찬 음식도 포함된다.


필자는 태어나서부터 스물 여섯살까지 이 병을 앓았다. 맥주나 굴 같은 찬 음식, 또는 소화가 잘 안 되는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증상이 심해지고, 심할 때는 급성 장염으로 입원까지 했다. 스물여섯에 어떤 한의사를 만나고서야 소음인 이한증 진단을 받고 한약을 두 달 복용한 후 이 병에서 기적적으로 벗어났다.


어떻게 치료했느냐는 물음에 그 답이 너무 간단하다. 이한증이므로 ‘뱃속을 따뜻하게 덥히는 약’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생활 관리법도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으라 한다. 무엇이든 따뜻하게 덥혀 먹고, 닭고기나 고구마처럼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좋다. 


꿀처럼 성질이 뜨거운 음식은 온도를 차게 해서 먹어도 속에 들어가면 열이 난다. 인삼차도, 유자차도, 생강차도, 심지어 커피까지 뭐든지 설탕 대신 꿀을 넣어 마시면 좋다. 한 소음인 교수님이 잦은 설사로 힘들어하기에 매일 아침 저녁 꿀차를 두 번 드실 것을 권했다. 나처럼 증상이 심하지 않았던 그 분은 그 처방만으로 바로 대변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운동은 온 몸이 따뜻해질 만큼의 유산소 운동이 좋다. 특히 팔다리를 많이 움직이면 위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져 속이 따뜻해진다.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는 좋은 방법으로 단전호흡이 있다. 숨을 들이쉴 때 가슴이나 윗배가 아니라 아랫배가 나오게 하는 호흡법인데, 절대 억지로 힘을 주지 않도록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잘 배워야 한다.


  설사가 당장 큰 병은 아니다. 하지만 설사를 방치하면 가까이는 피로와 무기력증, 멀리는 치질과 대소장의 염증성 질환, 심하게는 소화기관의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대변은 음식 소화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몸의 신호이다. 빨간 신호등이 켜졌을 때 얼른 대처해서 몸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설사가 주 증상인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의 염증으로 복통 설사를 반복하는 질병이다. 대개 과도한 육식을 견뎌내지 못해 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도한 육식을 견뎌내기 힘든 체질이 소음인이다. 특히 고기의 종류에 따라 소화력이 크게 달라진다. 이 병이 있는 소음인에게 돼지고기는 치명적이다. 이 병 역시 IBS와 같은 방법으로 다스리면 치료가 안 될 이유가 없다.


설사 환자 중에 난치증은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과식해서 설사를 하는데 음식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약도 소용이 없다. 첫째는 음식의 양, 둘째는 음식의 종류이다. 몸이 신호를 보낼 때 얼른 이 두 가지를 점검해보자. 개나 고양이는 병원에 가기 전에 스스로 조절해서 품질이 좋은 똥을 낳는다.

 

[2020. 9. 25. 마음공부17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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