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보통급 10계문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이시여! 계문을 받들고 자세히 보니, 나는 착하고 유순한 사람이라는 포장 속에 사나운 마음 씨앗이 숨겨져 있습니다. 
주위의 평판과 두려움 때문에 쟁투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제가 마음의 완전한 건강을 회복하여 온화한 마음을 얻게 하시고 연고없이 쟁투하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제 안에 싸우고 해하는 마음을 돌려 서로 화하고 두호하는 마음을 얻게 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유순한 그녀에게 숨겨진 쟁투본능
저는 싸우는 것을 싫어합니다. 유순하고, 양보하고, 그래서 칭찬받는 나. 그러나 내 이미지는 결혼 후 와장창 깨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보다 내가 고생한다는 생색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내 불평은 당연한 거고, 남편이 한마디 변명하면 금방 불같은 쟁투로 번졌지요. 마음공부 한답시고 “그래 내가 참자”하고 눌러도 보고, 인과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내 안의 화는 더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박영훈 원무님을 만났는데,  “마음을 그대로 보라” 하시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나의 착함은 정말 건강한 온유함이 아니라 평판에 대한 욕구와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이익, 쟁투 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원래 착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성품에는 선악이 본래 없으나 경계를 따라 선악이 나올 뿐인데, 내가 오랫동안 선으로 포장해 오고 그게 습관이 되어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내 감정이 가장 건강하게 발현되는 대상은 바로 남편일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원시적인 쟁투성을 활활 불태우니까요. 남편 아니었으면 나는 평생 속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완전한 건강을 회복하면 
수행품 3장에서는 “각자의 마음 병을 발견하여 치료를 다한다면 마침내 마음의 완전한 건강을 회복하는 동시에 대중의 마음 병을 치료할 의술도 얻고 제생의세를  성취하게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마음의 완전한 건강”이라는 말에 밑줄이 그어집니다. 


나는 정신질환 없이 멀쩡하게 잘살고 있으니 마음이 건강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은 대종사님의 기준에 보면 완전히 건강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은 전생과 어린 시절 영향에 물들어 편견, 집착,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것이 때로 거부와 분노로 나타나지만, 알아차리지 못하고 스스로 정당화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대종사님이 말씀하신 마음의 완전한 건강은, 본래의 밝고 맑고 훈훈함을 온전히 회복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이때는 대중의 마음 병을 치료하는 변화의 위력도 얻고, 제생의세까지 성취한다 하셨으니 거의 불지품 2장의 부처님의 힘을 얻은 상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마음이 완전히 건강한 사람은 주변의 부정적 에너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연고없는 쟁투에 말려드실까요? 착한 것 같지만 실상 주변인을 감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그 분노 파장에 동하여 쟁투에 말려든다면, 아직 내 마음 기운이 약하고 건강치 못함을 알아채야 합니다.


내가 이만하면 정상적이고 당신보다 수준 높고 완벽하다는 포장에 속지 않는 것만 해도 연고없는 쟁투의 동력은 많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내가 부족하여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못 주는 것이 미안해지죠. 참회가 절로 됩니다. 

 

별것도 아닌 중생의 쟁투들 
나는 전등끄는 것을 깜빡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 남편이 “나는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왜 맨날 불을 안끄냐”라고 합니다. 나는 남편의 말 습관이 도대체 이해가 안갑니다. 그래서 “계속 일하는 거 안보여? 그럼 자기가 끄든가. 그거라도 좀 해”라고 도끼눈을 뜨고 쏘아붙입니다. 그러면 남편도 “불 끄라 한 것이 뭐가 잘못이냐, 왜 적반하장이냐”라고 억울해 합니다. 명백한 중생의 대화입니다. 


나는 남편이 내 수고를 알아주고 챙겨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분주하게 일할 때는 “애쓰네. 안 쓰면 내가 여기 불 좀 끌게”라고 말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남편은 내 기대와 달리 그런 습관이 안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저 무심히 나오는 대로 말한 것뿐입니다.


문제는 발끈하는 나입니다. 남편이 당긴 불에 저는 이때다 하고 기름을 들이붓습니다. 기름만 안 부어도 푸시식 꺼질 불인데, 꼭 걸려 넘어지고야 맙니다. 내가 남편에게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을까요. “남편님 말씀 좀 예쁘게 하시지요. 부인이 계속 애쓰면서 일하고 있으니, 그런 건 보이는 사람이 꺼주시면 좋겠네요. 아이고 고마워라” 이 정도가 좋지 않을까요. 아직 뼈는 좀 느껴지지만요. 누군가를 바꾸려면, 말로 훈계할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부드러운 태도로 감화시켜야 함을 알지만 잘 안됩니다. 늘 반복되는 중생의 쟁투입니다. 


오늘부터 입단속 꽉 하고, 심호흡 크게 하고, 쟁투의 흐름을 내 손에 쥐고 바꿔가야겠습니다. 연고없는 상극의 쟁투가 아니라 연고있는 상생의 쟁투로요.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님께서 연고없이 쟁투를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2. 나는 주로 언제 연고없이 쟁투를 합니까? 
3. 쟁투하는 습관을 어떻게 참회하고 고치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대종경』 인과품 24장
진급기의 사람은 성품이 온유 선량하고 사람과 잘 화하나, 강급기의 사람은 성질이 사나워 대하는 사람마다 잘 충돌한다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수행품 57장 
공부하는 사람이 각자의 마음 병을 발견하여 치료를 다한다면 마침내 마음의 완전한 건강을 회복하는 동시에 마음 병에 허덕이는 대중들을 치료할 의술까지 얻게 되어 제생의세의 큰 일을 성취하게 되리라 하셨습니다. 

『대종경』 불지품 2장 
부처님의 대자대비는 저 태양보다 다습고 밝은 힘이 있어, 중생의 잔인한 마음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변하게 한다 하셨습니다.

『정산종사법어』 권도편 17장 
늘 “중생들이 서로 싸우고 해하는 마음을 돌려 서로 화하고 두호하는 마음을 얻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심고하신다고 하셨습니다. 
 

[2020. 9. 25. 마음공부17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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