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윤 캘리그라퍼
인문캘리그래피연구회 사람人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캘리그래피(calligraphy).” 그리스어 아름다움(kallos)+쓰기(graphy)의 합성어로 ‘글이 가지고 있는 뜻에 맞게 아름답게 쓰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캘리그라피는 독창적이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수막, 간판, 광고, 영화 포스터, 로고, 생활 소품까지… 대중화·생활화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캘리그라피 시장 속에서 전통예술인 서예를 기반으로 한 작품 활동으로 각광 받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한소윤(법명 정란·김세연 교무 정토) 작가. 인문캘리그래피연구회 사람人 회장이자 캘리그라퍼,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소윤 작가를 13일에 만났다. 익산시 모현동에 위치한 작업실의 문을 열자 진한 묵향이 가장 먼저 퍼져 나왔다. 
 
“저는 서예를 전공한 뒤 현재 캘리그라피, 서예 작품 활동과 강의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간혹 캘리그라피와 서예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쓰임새에 차이가 있을 뿐 손 끝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서예를 설명하자면 서예는 ‘문자 예술’입니다. 집필묵을 통해 한글과 한자를 표현하는 것인데 문자를 다루기 때문에 인문학적 성격을 함께 띄는 것이 캘리그라피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서예는 동물의 털로 만든 붓을 주 소재로 사용하는데, 붓은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기분이 나쁠 때, 기분이 좋을 때 모든 감정이 붓끝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서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내면치유예술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원광대학교 서예학 박사, 한국서예학회 이사, 한국서예교육개발원장 역임 등 30여 년간 오롯이 서예가의 길을 고수해 온 그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척 궁금해졌다. 
 
“우리나라 캘리그라피는 1990년~2000년대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캘리그라피는 간판이나 영화 포스터, 책 표지 등에 들어가는 상업적 캘리그라피와 예술 캘리그라피로 나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 속에서 외면당하는 전통문화 예술의 현실이 조금은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중 캘리그라피와 서예를 접목 시켜보게 됐고, 둘이 아닌 하나로써 ‘서예의 대중화’를 꿈꾸게 됐습니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 
아름다움(kallos)+쓰기(graphy)
모든 감정이 붓끝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캘리그라피의 매력은 대중화·생활화·독창성에 있을 것이다. 장비, 소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요즘 트랜드에 꼭 맞는 장점이다. 
 
“서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고전적인 구도(장법)라면 캘리그라피는 가로쓰기로 다가가기 쉽고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색연필, 스마트폰펜, 마우스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그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그러나 캘리그라피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캘리그라피의 시작이 ‘붓’에 있다는 것을 알고 요즘은 역으로 캘리그라피를 위해 서예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붓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면 좀 더 풍부한 작품을 제작하는 캘리그라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작품활동 외에도 한소윤 캘리그라피, 인문캘리그래피연구회 사람人,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학과, 원광대 평생교육원, 익산교육지원청 진로체험센터 등에서 교육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체험교육에서는 아이들에게 캘리그래퍼와 서예가에 대해 소개하면서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국가에서 하는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인문캘리그래피연구회 사람人 전북문화관광재단,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문화예술 교육 사업을 하거나 군부대, 가출청소년들에게도 교육을 합니다.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둡니다. 붓을 처음 잡아보는 경우가 많아서, 전통적인 붓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도 나만의 붓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르치죠. 선입견을 버리고 수수깡, 나무젓가락, 고무줄 밴드 등을 잘라 묶어서 붓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오히려 제가 창의성을 배우기도 합니다.”
 
11세부터 붓을 잡은 한소윤 작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예를 써내려갔다. 서예는 그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1997년 원광대 서예과에 입학했다. 그 이후 대학미술대전에서 금상, 2006년 강암서예휘호대회 우수상을 수상한 뒤, 현재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과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가 됐다. 
 

“저는 붓을 잡고 있는 시간들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서예에 대한 ‘일념’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이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글을 썼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서예에 대한 ‘일념’을 느낀 적이 있는데, 바로 수도원 어르신들과의 인연입니다. 13년동안 수도원에서 원로교무님들께 서예를 가르치고 있는데, 출산 후 한 달 휴식을 한 뒤, 다시 만난 수도원 어르신들은 저에게 숙제를 해놓았다며 산처럼 쌓인 화선지를 건네주셨습니다. 그분들의 삶에 서예가 젖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뭉클하면서 감사했습니다.”
 
원묵회 사무국장, 원불교서예협회, 원불교 문화가 있는 날(원데이) 참여 등 교단 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소윤 작가는 ‘서예를 통한 복지의 선순환’에 최종 꿈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도시 재생을 하기 위한 벽화가 아닌 서예와 캘리그라피 만으로 벽화를 꾸며보고 싶습니다. 저는 캘리그라피와 서예로 인간의 내면의 교류, 치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라피와 서예를 통한 복지 활동을 하고 싶고, 문화법회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교화에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붓 끝에서 탄생하는 예술,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접목 시킨 트랜드 예술가 한소윤. “전통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서예의 대중화’를 향한 강한 뚝심이 느껴졌다.

[2020년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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