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진수) 교수
장진영(진수) 교수

[원불교신문=장진수 교무]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 일어난 세 가지 중요한 혁명을 언급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을 통해 인간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약 12,000년 전 농업혁명을 통해 오랜 채집과 수렵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5백 년 전 일어난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은 외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됐다. 오늘날 과학혁명은 다시 산업혁명, 정보혁명, 인공지능혁명, 제4차 산업혁명 등 매 시기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린다. 가히 혁명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물질이 개벽된 시대이다. 거기에 자본주의의 심화로 인류는 개인이나 국가나 기업이나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환경 파괴 등은 자연재해를 증폭하고 크고 작은 각종 재난을 양산하고 있다. 가히 재난이 상시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삶의 목적 실행할 마음의 힘 중요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았던 인간은 자연에서 벗어난 도시의 인공환경을 조성했고,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한 가상환경이 더해지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 바라는 말처럼 인간은 각자의 마음(욕구)에 따라 인공환경을 조성해왔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환경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 우리의 삶의 목적과 그것을 선택하고 실행할 마음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금 이 순간의 우리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얼마든지 더 좋아질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즉 ‘과학혁명’에서 ‘마음혁명’으로 패러다임 전환은 이제 시대적 요청이다. 과학혁명이 외적 조건의 급격한 변화, 즉 물질개벽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외적 조건을 선용할 내적 역량을 갖추는 것, 즉 정신개벽이 요청되는 시대가 됐다. 이미 수행의 시대, 명상의 시대, 깨달음의 시대, 영성의 시대 등의 말이 통용되고 있다. 이제는 마음공부를 통해 자신과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마음혁명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농업혁명으로 정신문명의 싹이 텄다면, 과학혁명으로 물질문명의 꽃이 활짝 피었다. 이제 마음혁명을 통해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잘 조화된 참 문명 세계라는 열매를 맺어야 할 때가 아닐까. 과학혁명 이후 물질 위주의 세상은 자본주의의 팽창과 생태환경 파괴 등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으로 인류를 몰아넣고 있다.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인류의 욕구는 외적 자극과 물질적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외면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마음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외적 환경의 영향을 더 깊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역으로 이는 우리가 이 세상의 변화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아중심에서 본성중심의 삶으로
마음혁명은 마음의 근원인 참 나의 본성을 회복, 자각, 활용하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앞서 본성 중심의 마음공부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본지 2019년 12월 27일자). 마음공부에서 본 마음의 구조는 분별이 없는 원래 마음으로서 본성을 포함하고, 마음의 현상과 작용, 나아가 우리의 마음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환경까지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마음을 몸과 상대 개념이나 환경의 상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마음은 몸과 환경을 아우르는 넓은 개념이 되어야 한다. 이는 최근 인지과학에서 마음을 뇌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정의하며, 몸을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으로 환경을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등으로 보는 것과 상통한다. 실제 우리의 의식은 표층의식에 한정되지 않으며, 심층의식과의 상호관계하면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으며, 나아가 마음(의식)과 몸, 그리고 환경과도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는 점도 마음공부 모델에서 중시될 필요가 있다. 위는 마음공부 모델(확장형)이다. 
 

이는 대승기신론의 체(體), 상(相), 용(用) 혹은 일원상 진리의 속성인 공(空)-원(圓)-정(正)을 포함한 자기치유의 측면을 기본모델로 제시한 것에다가 관계치유의 측면을 포함하여 확장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마음공부의 과정에서 일상의 경계에서 나타난 분별을 대하는 과정에서 마음공부가 진행된다. 어떤 경계(조건이나 상황, 환경)가 주어지면, 그에 따라 자동적,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멈춤을 통해 자극-반응 사이에 간격을 만듦으로써 본성이 빛, 즉 알아차림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알아차림으로부터 마음공부가 비로소 가능하다. 근본심에서는 (허망한) 분별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원래 분별이란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제거할 것도 말 것도 없이 그대로 온전한 본성이 회복된다. 현상심에서는 분별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수용(인정)함으로써 마음의 현상뿐 아니라 근원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게 된다. 이때 (자아와 세상에 대한) 관념의 틀을 인정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특히 경계를 따라 나타난 모든 현상은 결국 우리의 심층의식이 전환된 것이므로 이 부분을 외면하지도 말고, 집착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만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작용심에서는 분별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평소에 취사선택의 기준이나 목적을 분명히 유념하고 있다가 때를 따라서 잊지 않고 실행하는 공부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관계심은 우리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포괄하는 마음이다. 여기에는 자연환경(천지은), 인간관계(부모은, 동포은), 나아가 질서유지를 위한 무형의 법과 제도(법률은) 등을 포함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를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 본다면, 여기서는 오히려 분별의 선택을 넘어서 긍정적 관계(환경) 형성을 위해 힘쓰는 것이다. 받은 은혜에는 보답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제시된 마음공부 모델을 통해 우리는 자아(에고) 중심의 삶에서 본성 중심의 삶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과학혁명에서 마음혁명 중심으로’ 이렇게 우리의 참된 본성을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를 바로 세워서 자신과 세상을 혁신하고 마음이 따뜻한 공동체를 정착할 수 있다면, 과학(물질)과 도학(정신)이 잘 조화된 참 문명 세계를 머지않은 장래에 맞이하게 되리라 희망해본다.

장진영(진수) 교수
ㆍ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
ㆍ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선명상치유학과 주임교수

[2020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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