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광선 교도
하광선 교도

[원불교신문=하광선 교도] 고교 신입생 시절 밀양교당에 입교해서 청년회까지 다녔다. 그러나 여러 연유로 교당을 다니지 못한 지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뒤편에 교당이 있었지만, 마음공부를 하지 않는 죄스러움에 교당을 빙 돌아서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대각개교절과 합창제에 참여해 취미 삼아 연주하고 있는 팬플룻을 공연하게 됐다. 또 문현교당에서 개최한 뜨락 음악회에서도 공연을 했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금 교당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긴 시간 동안 묵혀 뒀던 마음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거창하게 마음을 다짐하면서 시작한 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법 실천은 물론, 경계가 닥쳐왔을 때마다 심호흡 한 번 하면서 마음을 챙겨보는 일들이 쉽지 않으니 내가 지금 수행인으로서 자질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한 달에 두세 번 교당에 와서 법회를 보고 교무님의 설법을 듣노라면 잠시나마 흩어졌던 마음을 온전히 바르게 모을 수 있었다. 또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일상생활에서 교법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그러나 막상 돌아서면 내 주위의 곁가지가 너무도 무성한 탓인지 그 효력은 금방 시들해졌다. 다시 일상들이 뒤죽박죽되는 날들이 많았다. 

 

원불교 내비게이션으로 
안전하고 정확하게
쉼 없이 마음공부 정진 


매월 둘째주 월요일 교법실천강연  법회 때 연륜 깊은 교도들의 교법실천 강연을 들을 때는 쉼 없이 마음공부 하는 모습들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공부심이 한참이나 부족한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요즘은 악기 연습을 겸해서 가끔 평일에도 한 번씩 교당을 다녀가곤 하는데 딱딱하기만 했던 나의 마음이 훨씬 유연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법회를 보는 것도 아니고, 교무님 찬스를 쓰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교당에 다녀오면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운을 느낀다. 어떤 형식이나 격식이 없어도 본연의 마음자리만 찾으면 언제 어디서나 그 위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구나, 이것의 법의 기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경계에 부딪혔을 때 경전에 있는 말씀들이 전혀 생각나지도 않고 실천력 또한 아주 미진하다. 그래도 하루에 한 번쯤은 잠깐이라도 경전을 펼쳐보거나, 교당에 관한 일이나 우리 원불교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면 스스로 큰 위안이 된다. 

그동안 허둥대며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마음을 찾지 못했다. 이제는 원불교라는 내비게이션을 찾았으니 분명 안전하고 쉽게, 그리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내비게이션을 항상 켜두고 언제나 잘 지켜보면서 마음 공부길을 걸어가리라 다짐한다. 때로 경계 속에서 어려움도 겪겠지만, 마음공부 마법사인 교무님이 계시고 또 법력 깊은 선배 교도와 도반들이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고 낯선 길들이 생기면 교무님께서 항상 새 길을 안내해주며 업데이트해줄 것이라 믿는다. 이제 유아기의 걸음마 단계를 밟고 있지만, 원불교 내비게이션만 믿고 쉼 없는 마음공부로 보다 성숙한 대종사의 불제자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 

/문현교당

[2020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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