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원 교도
송종원 교도

[원불교신문=송종원 교도] 콘텐츠 제작이라면 뭔가 전문성도 필요하고 시간, 인력, 장비,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원불교를 대표하는 공식 홍보영상이라면 교단 수뇌부와 기술자들이 고퀄리티로 완성해야 하지만, 99% 이상의 대다수 콘텐츠는 비전문가의 일상에서 나온다. 셀카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도 콘텐츠의 제작과 유포가 된다. 동네 뒷산에 산책하러 갔는데, 예쁘게 핀 꽃잎 위에 담배꽁초가 얹혀 있다면, 바로 사진을 찍어서 ‘천지 배은’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올려 보자. 제목만으로 원불교 콘텐츠가 된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고 멍때릴 때 셀카 찍어서 역시 SNS에 올리며 ‘정신수양’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자. 멍때리는 것이 정신수양은 아니지만 교전의 정신수양 항목도 읽어 보고 마음 대조하고 챙기며 공부가 되는 것이다. 즉, 콘텐츠 제작 유포를 하며 스스로 수행하고 진급할 수도 있고, 의문이 생길 때 언제든 메신저로 교무님에게 문답감정까지 받으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원불교 교리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면 막막하겠지만, 흔한 일상에 교리를 아무거나 끼워 맞추면서 SNS활동을 한다면 접근이 용이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완벽히 교리에 부합되는 소재가 아니어도 비슷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부담없이 계속 하다보면 삼학팔조처럼 이미지 구현이 어려운 부분도 소화할 수 있고, 어느새 능숙한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한 콘텐츠 난립이 종교의 본질을 호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개인SNS의 짧은 코멘트 하나를 분석해 종교를 통찰하려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의도적인 네거티브만 아니라면 양적으로 팽창할 필요도 있다. 잘하려고 고민하지 말고 유치하든 식상하든 그냥 하면 콘텐츠가 된다.

필자 역시 잘하진 못해도 나름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인데, 고맙게도 직접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짧고 재밌어야 한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면 안 되지만 종교적 주제는 표출해야 한다는 식의 콘텐츠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추상적 이론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작자 입장에선 어떻게 구성되며 첫 장면은 무엇으로 할 건지, 구체화 된 대본이 필요하다. 대본이라고 해서 양식에 맞는 콘티나 시나리오가 아니라 글로 대충 두서없이 작성해도 보는 사람이 이해만 하면 된다. 기획도 중요하고 제작자의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제작이라는 것이 완벽히 갖추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원불교 콘텐츠 제작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교리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콘텐츠를 제작해서 교리를 갖다 붙이는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사은의 은혜’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 때 밥만 사진으로 찍어서 ‘사은의 은혜’라고 제목을 붙이면 교리에 부합되는 콘텐츠가 된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 카메라로 당신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소지품들을 촬영해서 ‘심지의 요란함’이라는 설명을 달고, 동일한 장소와 앵글로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을 한 장 더 찍어서 바로 아래에 ‘자성의 정’이라는 설명을 달아서 ‘일상 수행’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을 올려 보자. 

자, 이제 당신은 사진 두 장만으로 훌륭한 원불교 콘텐츠 제작자가 됐다. 원불교는 직접 실천하고 수행하는 능동적 종교이다. 누군가 해주길 바라면서 기다리지 말고, 조회수가 0이든 1이든 실행하는 모두가 콘텐츠 제작자이다.

/안암교당

[2020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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