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선 자연황토벽돌 대표

하수선 자연황토벽돌 대표
하수선 자연황토벽돌 대표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가지 끝에 하나 남은 붉은 감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선뜻 밤산책을 나가기가 망설여지고 이불 밖으로 나온 발이 시린 계절이 오면 뜨끈한 황토방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온몸이 찌뿌듯하고 어깨가 무겁고 허리가 뻐근할 때 따뜻한 황토방에서 두어 시간 지지고 나면 날아갈 듯 가벼워지며 왠지 더 건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황토의 과학적 효능은 이미 입증됐고 여러 업체에서 인체에 이로운 천연황토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황토는 학술적으로 보면 원래 바람에 의해 운반돼 쌓인 실트(Silt, 0.05~0.01mm)로 각종 점토광물, 산화철 및 석영, 장석으로 구성된 황색의 광물질을 말한다. 바로 이들 광물질들이 열을 받으면 원적외선을 발생시켜 각종 유해물질을 방출해 예로부터 생명의 흙이라고 불리며 각종 건강요법에 활용돼 왔다. 

이러한 황토에 어떤 화학물질도 첨가하지 않고, 불에 굽지도 않는 100% 자연 생산, 자연 건조 방식으로 순수한 황토만을 고집하는 ‘자연황토벽돌(경남 사천시 소재)’ 하수선(법명 선명·진주교당) 대표를 만났다. 

“국내 최고품질로 유명한 하동 옥종의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순수 황토만을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터를 잡았어요. 20년 동안 끊임없이 확장과 발전을 반복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면에서 황토벽돌 관련 업체로는 단연 압도적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4천여 평의 넓은 공장에 들어서니 광대한 양의 황토벽돌이 건조되고 있고 한 쪽에서는 로봇이 쉴 새 없이 벽돌을 찍어내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운반된 황토가 압축기를 거쳐 로봇에게 올 때까지 모든 공정에서 사람이 돌, 나뭇잎, 풀 등의 불순물을 제거할 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순수 황토다. 신기하게도 오직 황토만으로 제작된 벽돌이 자연건조를 거치면 큰 건물을 지탱하는 벽체 재료로 사용될 만큼 단단해진다. 

“연 평균 30만 장이 생산되고 자연건조는 최소한 40일 이상이 소요돼 넓은 건조장이 필수입니다. 굽거나 찌는 등 열을 가하게 되면 건조기간은 단축되겠지만 황토의 이로운 성분들이 손상되기 때문에 자연건조를 고집합니다.”

공장을 나와 언덕에 올라서니 순수 황토벽돌만으로 건축된 30평형 건물이 멋진 풍광을 자랑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로 건축한 황토벽돌 시공 사례 모델하우스다. 완성될 건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고객들을 위해 공장 내에 부지를 확보해 직접 전원주택을 지어놨다. 시공 사례 건축물은 많지만 먼 곳에 산재해 있어 고객을 안내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거리가 아까워서다. 

“올 겨울에는 5평 규모의 작은 황토방 두 채도 시공할 예정입니다. 요즘 추세가 대형 주택보다는 별채로 작은 황토방을 선호하거든요. 사업 구상은 무궁무진합니다.”

 

자연생산·자연건조
순수 황토벽돌 고집 20년
난경에 감사, 
잘될수록 브레이크 걸어야

황토벽돌 제조 공정은 컨베이어벨트, 로봇 등 전 과정이 자동화 돼 있다.
황토벽돌 제조 공정은 컨베이어벨트, 로봇 등 전 과정이 자동화 돼 있다.

황토벽돌에 모든 것을 바친 지 20년이 된 그도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롯데칠성에 입사해 20년을 근무하며 늘 그를 사로잡은 건 대기업의 사업 방식이었다. 아침에 출근해 옥상에 올라 물건을 실은 수많은 트럭들이 공장을 나가는 장면을 내려다보면 사업 구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사업 확장, 판로, 영업 등을 유심히 봤습니다. 불량, 반품, AS 없이 현금 사업을 할 수 있는 품목을 찾았어요. 처음엔 작은 규모로 시작해 점차 주변 지역 부지를 사들여 민원 없이 확장한 후에 공장 건물을 세워야 하는 것도 거기서 배웠습니다.”
늘 진취적인 도전 정신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그에게도 성장과 쇠락의 반복은 비켜가지 않았다. 

“사업을 하다보면 경기 변동의 감이 옵니다. 하락을 맞닥뜨리기 전에 이미 준비를 하죠. 확장하던 사업을 멈추고 생산량과 직원 등 전체적으로 몸집을 줄여놓습니다. 2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더니 특히 코로나가 겹치면서 불경기가 극심해졌지만 큰 타격은 없어요. 이러다 몇 년 후면 또 회복될 거구요.”

그에게 “일이 없을 때에는 항상 일 있을 때에 할 것을 준비하고 일이 있을 때에는 항상 일 없을 때의 심경을 가질지니…”라고 한 대종사 말씀은 인생 법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씀이지만 사업을 해 본 그에게는 이 말씀만큼 정확한 말씀이 없다고. 

벽돌의 강도를 다지기 위해 더러는 흙, 마사 등의 물질을 섞기도 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순수 황토만을 고집하는 것처럼 그에게는 순수한 경영철학이 하나 더 있다. 득이 되든 손해가 되든 일단 앞에 앉은 상대에게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고 고객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아내야 합니다. 내 마음을 비워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면 고객의 만족이 높아져 광고 효과의 몇 배로 돌아오더라구요.”

상담하다보면 고객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그가 아는 정보를 모두 안내해줘 다른 업체를 찾아 고객이 원하는 번뇌를 해결하도록 이끌어준다. 그렇게 해서 돌아간 고객은 비록 내 물건을 사지는 않았으나 몇 배의 이익으로 돌아오더라는 것이 그가 살면서 겪은 인과다. 

“교법은 알게 모르게 몸에 붙는 것 같아요. 난경을 당하면 감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길이 아닌 곳을 가는 나를 멈추게 해주신 진리 부처님의 은혜에 무릎을 쳤어요. 채찍질로 알려주신 것이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그를 멈추게 하는 부처님은 또 있다. 그에게 가장 감사한 사람, 바로 아내다. 넘치는 사업 아이디어로 돌격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그를 늘 붙잡아 세운다. 사업을 꾸려오면서 수도 없이 겪은 재정 문제를 그때마다 해결해낸 사람도 아내다. 

“확 달려갈 때 붙잡으면 서운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아내가 옳더군요. 욕심 내려놓기, 거기가 끝이니까요.”

[2020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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