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제출,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동기부여
제1대 제1회 기념총회, ‘연합단 설립’ 주요정책으로 채택
의견제출로 교당 정책설정 등 교화단 중심운영 강화 필요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앞서 교화단 기획에서는 의견제출제도가 익산 총부 공동체와 각 지부의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을 진행했으며, 사소한 생활부터 교단의 중대사까지 결정한 한 사례를 들었다. 의견이 채택되면 각 실행부서로 분담해 실행여부를 확인하며, 세밀하게 적용했던 부분이 명확히 기록돼 있다.

특히 중요사업으로 선정돼 교화단 단원 전체가 참여했던 역사를 살펴보면, 의견제출 기능의 중요성과 특징을 알 수 있고, 의견제출이 교단 중요정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 할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소태산 대종사가 의견제출을 고안했을 당시 어떤 의미와 방향이었으며, 실지 어떤 중요정책에 대한 사례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초기교단의 의견제출 제도를 활용해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는 교화단의 모습을 이해하며, 교화현장에서 각 교당의 의견제출제도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해보고자 한다.


의견제출제도 도입
의견제출제도는 원기11년(1926) 7월 26일(음)에 처음 실시됐다. 단원들이 직접 공부방면과 사업방면, 생활방면의 세 가지 방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그 의견이 공의를 거쳐 채택되면 불법연구회의 사업으로 수용하도록 했다. 이는 소태산 대종사가 공화제도(共和制度)를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단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며, 10인 1단의 구성이 상시공부점검과 함께 사업을 이끌기 위한, 말 그대로 교단의 통치역할을 실현하기 위한 제정이었다. 공부와 사업의 중심이라는 말이다.

특히 의견제출은 회중사(會中事)에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스스로 결정한 일에 대해서 확실한 동기를 부여했다. 나아가서는 이 과정을 통해 단원 스스로가 불법연구회를 이끌어 가는 주인이 되도록 소태산 대종사는 이를 염두한 것이다.

의견제출은 상시일기와 함께 교단 초기 가난한 살림과 일제하의 민족적 수난 속에서도 신앙과 수행, 공부와 사업, 수도와 생활이 둘 아닌 모범적 공동체 실현의 구체적 방법이었고, 교화단이 그 중심에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농업부기성연합단과 인재양성소창립연합단의 사업가담표. 교단주요정책으로 선정된 연합단 사업에 각 단별로 의견을 모아 참여했다.
농업부기성연합단과 인재양성소창립연합단의 사업가담표. 교단주요정책으로 선정된 연합단 사업에 각 단별로 의견을 모아 참여했다.

농업부기성연합단과 인재양성소창립연합단
대표적인 의견제출로 교단의 주요사업으로까지 선정됐던 사례가 바로 인재양성소 설립과 농업부 설립의 두 의견이다. 원기12년(1927) 송만경과 송도성의 의견제출로 ‘농업부 창립의 건’과 ‘인재양성소 창립의 건’인 두 안건이 제안됐다. 당시 이 의견제출은 제1대 제1회 기념총회에서 창립한도(創立限度) 제1대 제2회의 사업진행 계획으로 통과된 9개의 사업에 포함된다. 이에 ‘농업부 기성연합단(農業部 期成聯合團·이하 농업부)’과 ‘인재양성소 창립연합단(人材養成所 創立聯合團·이하 인재양성소)이 결성이 돼 정식 발족함에 따라 양 연합단의 활동은 활기를 띄게 된다.

농업부와 인재양성소의 사업에 대한 사업진행 계획 표준에 대한 설명에서 농업부 창립의 방법은 송만경의 발기로 ‘제2회 전무출신실행단’이 담당해 창립한도를 10년 내의 1만원 자본금을 적립한 후 설립할 것을 통과했고, 인재양성소 설립은 송도성의 발기로 ‘제1회 전무출신실행단’이 그 창립을 담당하도록 했다.

교단의 주요사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각 단은 앞 다투어 농업부와 인재양성소에 가입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단별 참여 혹은 개인 자격의 동참으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두 사업에 모두 참여한 인원이 겹치는 경우 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를 조정하기 위해 사업목표를 인원을 나눠 단으로 집회를 하도록 하게 된다. 당시 ‘사업가담표(事業加擔表·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총부에 생활하던 재가출가 교도들은 해당단원으로서 단의 이름으로 연합단의 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위의 사업가담표에서 보이듯, 원기13년(1928) 8월 농업부에는 총 9개단 79명이 가담했으며, 인재양성소에는 총 3개단 27명이 가담했다. 이 농업부는 이후 산업부(현재 재정산업부)의 시초가 됐으며, 인재양성소는 지금의 교육부로 진화돼 전무출신을 양성하고 있다.

양 연합단의 진행방향에 대한 토의 내용.
양 연합단의 진행방향에 대한 토의 내용.

교당 의견제출 시스템 강화필요
현재 교단에서의 의견제출은 출가교역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재가 교도에 한에서는 의견제출 시행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출가교역자들의 교화단회에서만 그 활동을 찾아볼 수 있으며, 단회 진행시 「출가교화단보」를 통해 공지하고 있다. 어느 단에서 어떤 의견이 제안돼 어떤 절차를 밟아서 결정됐는지 확인되고 있다. 출가교역자들이 단회 시 교단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해 단회에서 동의를 얻으면 단장이 제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태산 대종사가 의견제출을 통해 모든 교화단원들이 공부와 사업, 생활방면의 의견수렴을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자발적 교단운영의 참여와 동기부여임을 서두에 밝혔다. 현재 개 교당에서는 교화단의 구성을 편의상 남자 1단 혹은 여자 1단 등으로 구분해 공부위주의 시스템으로 구성했음이 대부분인 듯하다. 그 마저도 사실 상시점검의 강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교화단의 역할이 침체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교화단이 구성원의 참여 속에 공화제로서 교단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기 위해서는 처음 소태산 대종사가 의견제출 제도를 도입했던 깊은 의도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상시훈련평가 중 현실성적(공부성적인 상시일기 함께)이라는 이름으로 의견제출 상황까지 평가를 했던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교화현장의 개 교당에서도 각 단의 의견을 모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화단 구성을 다시 재점검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자 1단이 청소년 교화에 의지를 모아 ‘청소년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교당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방향에 안건을 제시하고, 여자 1단이 ‘보은봉공단’ 등의 이름으로 지역봉공활동을 담당하는 등의 구성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변화가 될 순 없을까. 그렇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당 내에서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할 문화가 의견제출이며, 의견제출을 통해 교당 교화단에서 의견을 수렴해 교당정책의 방향을 설정해 가는 교화단 중심의 교단운영체제로 점차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점차 재가의 역할을 넓혀 교단 주요정책에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재가들의 교화단 의견제출 활동을 키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초기 역사가 보여주듯 소태산 대종사가 제도적으로 마련했던 세부 사항들을 현실적으로 적용해보면서 교화단의 역할이 살아나고, 교화시스템이 초기교단의 설계방향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2020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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