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사에 한 획을 긋는 큰 결정이 이뤄졌다. 중앙교의회와 수위단회는 미국 총부 설립을 위한 교단적 결의를 했다. 미국 원불교 자치 교헌의 통과로 미국 총부의 교헌적 토대가 마련됨에 따라 미국 총부 설립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원기105년의 34회 중앙교의회와 244회 수위단회는 인류 교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위대한 결정을 한 것이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비롯된 해외 종법사 배출의 경륜은 역대 종법사의 끊임없는 염원으로 이어졌으나 미약한 교세와 근현대사의 굴곡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교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끝없이 펼쳐온 세계 교화의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나타났고 마침내 내년 상반기에는 최초의 미국 종법사가 탄생해 미주 전역에 일원대도를 선양하게 됐으니 실로 감격스러운 교단의 경사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불석신명의 불공으로 헌신했던 선진님들과 해외 교화자들의 은혜에 경의를 표한다. 또한 숱한 난관과 역경을 뚫고 성과를 일궈낸 모든 관계자와 실무진들의 노고에도 위로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 동안의 상식에 따르면 한 종교의 최고지도자는 한 명이고 따라서 원불교의 종법사도 한 명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복수의 종법사가 배출되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역사적 순간에 우리는 소태산이 꿈 꾼 새로운 종교를 떠올려 본다. 진리에 바탕한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은 마땅히 지역과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고 언어와 문화의 경계도 넘어서서 사회화되고 보편화되어야 한다. 미국 총부의 현실화는 세계종교를 지향하는 원불교의 교리와 사상이 바다를 건너 본격적으로 자기 증명의 거보를 내딛는 일대사건이다.

미국 총부와 미국 원불교의 독립 국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바는 역시 정체성의 혼란이다. 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새 종단인 만큼 구심력을 발휘해 탄탄한 교단적 성장을 더 해야 하는데 섣부른 종권의 분산으로 교단 발전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아직 불비한 점이 있는 자치 교헌을 비롯한 각종 제도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응책은 역시 재가출가  교도 모두 소태산 대종사의 심통제자가 될 수 있도록 신앙과 수행에 적공하는 것이다. 그래야 교단이 커지고 확산되어도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대도를 온전하게 전하고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의 성장을 밑받침할 묵묵한 적공의 다짐이 필요한 때이다.

미국 종법사와 미국 원불교의 탄생은 정신개벽을 지향하는 새 시대의 새 종교인 원불교이기에 가능하다. 이 후천시대 주세교단의 원대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뤄내는 일 또한 우리만이 할 수 있다. 위대한 진일보에 진일보를 더해 나아가자.

[202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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