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2020, 올해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이다. WHO가 간호사의 해를 지정하게 된 것은 국제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보편적 건강보장(UHC : Universal Health Cover-age)’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간호사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2020년’과 ‘200주년’이 만난 역사적인 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두 숫자를 교차시켜 조합한 대한간호협회 엠블렘, 그 상징이 눈에 띄는 사무실에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법명 명도·중구교당)을 만났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 간호사들에 대한 국민적인 격려와 응원’을 새기면서, 보건의료의 한 축인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여건을 바라보게 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대한 소개 
대한간호협회는 1923년 한국인 간호사 8명을 중심으로 한 조선간호부회로 창설돼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현재 44만 명의 간호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전국에 16개 시도지부와 군(軍)에 지부가 있고, 병원간호사회 등 10개의 산하단체가 있다. 
한국에서 간호사 교육은 1903년 보구여관(여성 전담병원)에서 간호사양성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투신한 간호사가 많았고, 우리가 발굴한 독립운동 간호사가 74명이나 된다. 한국전쟁때는 전사한 종군 간호사도 여럿이었고, 외화가 부족하던 시절에 독일에 일만 명의 간호사가 파견돼 국가 부흥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간호사들에게는 국난극복의 DNA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재확산되고 있는데
코로나가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나면서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4천5백여 만명, 사망자도 1백20만 명에 달하게 됐다. WHO는 유럽을 중심으로 올해 겨울 더 빠른 속도로 환자가 급증해 제2의 유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순으로 전 세계에서 28번째 국가지만, 현재 확진자는 2만3천여 명으로 90번째가 될 정도로 세계적인 방역 선도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방역 선도국가로 평가받는 데는 간호사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의 역할이 지금처럼 중요하게 여겨진 적이 없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간호사들의 헌신과 사명감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 환자를 돌볼 간호사가 부족하자, 자원한 간호사가 3959명에 이를 정도로 사명감이 돋보였다. “나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으로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원했다. 머리 손질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머리부터 자르고 현장으로 떠난 간호사, 암 투병 중에 달려간 간호사, 정년퇴직하고도 자원한 간호사 등 모든 것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간호사의 권익이나, 근무환경, 인력 수급을 
총괄적으로 다룰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면서 간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간호사들은 3대 위험에 놓여있다. 환자를 돌보다가 자신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는 공포, 또 이 같은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혐오와 차별 대상으로 전락이다. 실제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된 의료진이 지난 9월까지 159명이었는데 그 중 간호사가 101명이었다. 지난 9개월간 일주일에 3명꼴로 간호사가 감염됐다. 그러나 이런 간호사에 대한 보상은 미흡하다.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것도 간호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또 환자와 직접 대면한다는 이유로 간호사는 물론 간호사 자녀들도 감염원으로 간주, 간호사 자녀들은 친구들 사이에 배제되는 일들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에 대한 별도의 보상은 없나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에게는 완벽한 방호 장비, 그리고 과로에 시달리지 않도록 휴식시간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위험수당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자원한 간호사들에게는 수당을 지급했지만, 자신이 다니는 병원의 코로나 병동에서 일한 간호사에게는 위험수당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다행히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돼 지난 9월에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에게도 추경예산에서 1인당 4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것도 지난 5월말까지 근무한 간호사로 한정됐다. 이제 더 이상 간호사의 사명감과 헌신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현재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국민들의 응원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간호사 근무환경과 권익 보호를 위한 개선안이 있다면  
간호사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현재 복지부에는 그런 간호 관련 과가 없다. 13만 의사에게는 의료정책과, 7만 약사는 약무정책과, 3만 한의사는 한의약정책과, 3만 치과의사는 구강보건과가 있지만, 44만 간호사에게는 정책 부서가 전무한 게 현실이다. 간호사의 권익이나, 근무환경, 인력 수급을 총괄적으로 다룰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 간호법은 간호사를 위한 이기주의적인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간호사를 의료서비스의 핵심인력으로 인식하고 간호사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정부는 발표된 내용들이 구체화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교훈이 있다면
예전에 국가 안보라면 군대 중심의 국방만 염두에 두었지만,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면서 보건 안보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게 됐다. 보건안보가 흔들리면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을 우리는 현재 체험하고 있다. 정부가 이제는 보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특히 우리처럼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국가에서는 노인에 대한 돌봄정책이 중요한데, 간호사가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보건 안보 차원에서 보건과 간호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리고 신앙 이야기
“간호계가 바로 서고, 정의로운 인술과 헌신의 터전이 만들어지게 하옵소서. 협회장의 대임을 맡아 큰 대과 없이 오직 공변된 대공심의 심법으로 보은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그의 가방 속에 항상 들어있는 기원문의 일부 내용이다. 조직의 수장인 그를 온전히 이끌어 준 두 분 스승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른 새벽,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목욕재계하고 옥양목 기도복을 정갈하게 입고 새벽 기도를 올리던 그의 모친 신타원 심건영 교도와 삶의 질곡마다 교법으로 지도해 주며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법의 스승 승타원 송영봉 원로교무. 그 깊은 정성과 고마움을 전하는 그의 눈가가 이내 촉촉해진다. 

‘내가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보은하겠다’고 그는 오늘도 다짐한다.

[202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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