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규(성근) 교도
허승규(성근) 교도

[원불교신문=허승규 교도] 1600년대 유럽의 교회파와 성당파가 30년 전쟁을 했다. 1950년 민중 해방·자유·평등의 한반도를 위한 전쟁으로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생각의 차이로 칼부림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세상을 좋게 만들려는 종교·정치 이념이 도그마(절대적 교의)가 되면 평화를 해친다. 종교연합 정신은 종교가 지닐 수 있는 폭력성을 경계한다. 소태산은 원불교 정전 교법의 총설에서 ‘모든 종교도 그 근본 되는 원리는 본래 하나’임을 밝혔다. 종교간 갈등은 종교 본래 목적과 맞지 않으며, 서로 협력해 지금 여기 광대무량한 낙원을 건설하는 것이 종교연합 정신이다. 

2020년 우리의 종교연합 실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종교의 다름을 인정하고 교리의 공통점을 공부하는 것은 소극적 실천이다. 인류 공통 문제 해결을 함께 모색하면서, 종교적 접근을 해야 한다. 교법으로 종교연합 정신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노력과 함께, 재가출가가 합심해 사회교리를 정비하고 원불교를 포함한 종교계의 솔선수범을 촉진해야 한다. 예로 코로나와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는 기존 관점과 해법으로 풀 수 없다.

기후위기는 표면적으로 환경의 위기지만, 근본적으로 인간과 생명의 위기, 정치와 종교의 위기다. 현재 우리 삶의 양식은 그대로 두고 환경문제를 관리적,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환경주의는 한계에 부딪혔다. 생태주의는 환경문제를 극복하려면 성장의 한계를 성찰하고, 정치·사회·경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삶의 양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GDP(국내총생산)중심 성장지상주의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가격이 낮은 해외농산물에는 ‘푸드마일리지’와 같은 생태·환경 비용이 빠져있다. 숫자로 표기된 가격이 다가 아니듯, 생태적으로 경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2007년 경산 종법사가 말한 ‘3덜 운동’은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는 삶을 담는다.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는 삶은 20세기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량생산·소비·유통·폐기 시스템과 다른 길이다. 코로나 이후 대규모·성장·직선에서 소규모·순환·생태로 전환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다. 교법으로 새로운 표준을 돌아본다. 대(大)와 체(體)는 교법을 근원 삼고, 소(小)와 용(用)은 시대적·사회적 언어와 실천을 담자.

먼저 마음공부를 통해서 일원주의가 녹색전환의 길임을 깨닫자. 코로나와 기후위기는 우리나라와 현재 세대 이익만 앞세워선 해결할 수 없다. 원불교 교법인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 사은, 천지·부모·동포·법률은을 이해하고 보은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은보은’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살피는 생태주의, 다른 나라·세계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자리이타, 미래 세대의 이익을 생각하는 세대 간 정의(正義)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고기 없는 월요일, 채식 선택 보장 식사, 플라스틱제로, 에너지 전환 햇빛교당, 지역 먹거리 구매, 지구를 위한 기도 등을 교당별로 해보자. 시작은 기후위기 관련한 초록법회부터 해보자. 

원불교 바깥으로는 다른 종교와 협력하고, 지역별 교회·성당·절과 연대하여 지역별 기후행동에 참여하고, 기후위기 해결을 바라는 기도·명상 등을 함께 해보자. 

“우리는 먼저 우리의 교의(敎義)를 충분히 알아야 할 것이요, 안 후에는 이 교의를 세상에 널리 베풀어서 참다운 도덕에 근본한 선정덕치(善政德治)를 베풀어 모든 생령과 한 가지 낙원의 생활을 하여 우리의 책임을 다하였다 하리라.”(대종경 교의품 36장) 

코로나와 기후위기 시대, 우리 각자 신앙과 수행을 통해 종교연합의 정신을 체 받아, 이를 널리 실천하는 선정덕치를 함께 만들어 가자.

/안동교당·녹색당

[202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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