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연 기자
민소연 기자

교당에서 아이가 운다. 29개월 유진이가 칭얼대면 24개월 유가 울고, 7개월 수현이도 덩달아 옹알이를 한다. 다음 타자들도 대기중이다. 다음달과 내년 봄에 태어날 아기들도 엄마 뱃속에 실려 교당을 오간다. 그 뒤를 이을 가능성 높은 청년도 두엇이다. 

아기들의 울음에도 교도들은 따뜻한 눈길로 봐준다. 원래는 법회 후 유아방에서 놀았는데, 최근 늘어난 아기와 엄마아빠, 임신부부, 비혼이모삼촌들까지 모이니 비좁아졌다. 그러자 교도들은 소법당을 내주고 회의며 훈련을 식당방에서 한다. 아기들은 방석 위를 뛰고 경종에 들어가고 목탁을 두드리며 논다. 

최근 몇 년동안 여자청년들이 결혼해 일원가정이 됐다. 결혼 소식이 들려오면 애엄마들은 “마침 잘됐다. 우리 애 쓰던거 고대로 물려주면 되겠네!”라며 임신을 권장했다. 대견하게도 바로 가족을 불려 위풍당당 컴백하는 일이 이어졌다. 터울이 커 듬성듬성 이어오던 어린이법회도 곧 이 아이들을 마중물 삼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돌아보면 이 훈기는 늘 교당을 지키던 한 가족으로부터 비롯됐다. 신심깊은 청춘남녀가 청년회에서 만나 결혼, 세 아이를 뒀다. 그러는동안 출산 후 백일을 빼고는 결석이라곤 없었던 이 가족, 더구나 성품도 얼마나 후한지 그 집이 쓰던 아기용품들이 줄줄 이어 내려온다. 비교도였던 신랑들도 교당에 아기용품 받으러 나왔다가 정들었을 정도다. 

이렇게 불어난 3040 가족들을 보며 그 한 사람의 무게를 본다. 교당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사람, 오랜만에 가도 어제 본 듯 맞아주는 사람, 비슷한 가족구성과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 교당에 깊이 뿌리내린 이런 한 사람이 새 봄이 오면 새싹도 틔우고 꽃도 피워낸다. 

잠자는 교도가 뭐하며 자는지 아는 것도 이 한사람이며, 새로 온 교무에게 교도 소개 및 소식을 전해주는 것도 그 사람이다. 어린이, 학생, 청년, 3040, 5060, 7080 에 각각 한사람씩만 있어도 언제든 교화 불씨는 살아날 수 있다.   

어찌다행 그 한사람이 이미 있다면 잘 지키고, 없으면 온갖 정성으로 길러내야 한다. 성적에 예민한 학생에겐 과외를, 학비가 고민인 대학생에겐 장학금을, 맞벌이 부부에게는 반찬을, 자녀 결혼이 걱정인 부모에겐 중매를 공양하며 어렵게 얻은 아이마냥 금쪽같이 길러야한다. 먼저 부담주거나 바라지 말고, 위하고 불공해야 그 한사람이 된다. 

곧 태어날 둘째와 컴백할 100일을 세어보니 3월이다. 그 봄, 우리교당은 얼마나 더 다복해질까. 바라건대, 교도들의 갓 결혼한 자녀들도 육아동지로 교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축하떡만 내지 말고 실물로 보게 해주시길. 출산을 위해 떠나는 길, 붙박이처럼 거기 있을 그 한사람 믿고 잠시 떠나는 길, 마음이 다 든든하다.

[2020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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