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명 교도 / 분당교당
신소명 교도 / 분당교당

[원불교신문=신소명 교도] 경인교구에서 진행한 재가 청소년교화자 양성교육을 받았다. 대면하지 않고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교육한다기에 교화교재 실습은 어떻게 하나 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재가 청소년교화자는 청소년 교화를 위한 특별한 서원으로 법회, 훈련, 행사, 교도 관리 등을 주관 또는 보조하는 이를 지칭한다. 교정 정책도 미래세대 교화로 청소년 교화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과 재가출가 젊은 인재를 양성하자고 한다. 그러한 교단의 목표와 필요성의 발로이겠으나 나에게 그만한 사명감이나 능력이 있나 의구심도 있었다.

재가 청소년교화자가 되기 위해 스물여섯 명의 교육생이 모여 교구 사무국과 청소년국에 근무하는 교무님들과 함께 줌 화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교육을 시작했다. 김제원 교화부원장은 “대종사가 보광사에서 창립총회 할 때는 이 숫자보다 적었다”라며 “자력 있는 철든 사람이 되자. 뜨거운 열정과 신념, 용기로 교화를 잘 해보자”라는 결제법문으로 어깨를 토닥였다. 김홍선 경인교구장도 “재가 청소년교화자의 다짐은 구인 선진의 창생을 위한 다짐과 다르지 않다”라고 격려해 했다.

첫 시간 교육을 듣고 바로, 나의 우려와 의구심 같은 건 기우였음을 깨달으며 온라인 교육으로도 열정을 보여 주는 여러 교당 교도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준비하는 이 시간이 충분히 알차고 가치 있음을 느꼈다. 청소년국 교무님들이 강의하시는 교육 일정과 교화교재 실습 및 활용은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드라마 대사로 유행했던 “내 마음속에 저장”이랄까.

분당교당에서는 그간 어린이법회 보조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청소년 전담 교무가 있고, 엄마들이 매주 한 명씩 법회를 보조해 왔다. 어디 가서 우리 교당 상황을 말하다 보면 출가교역자 배출이 줄고 있어서 부교무가 없는 교당이 많고, 어린이법회 안 보는 교당도 많다고, 언제 어느 교당이 그런 상황이 될지 모르니 미리 재가교화자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이제는 나도 교단의 현 상황이 보조자 아닌 교화자를 요함을 안다. 그런 한편 어린이법회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워하고 자신 없어 하는 엄마들의 심정도 안다.

재가 청소년교화자를 양성하는 것처럼 행정을 담당할 재가교역자를 양성하는 건 어떨까 생각할 때가 있다. 교구별 또는 지구별로 교당 행정을 담당할 전문직을 교육시켜 업무적인 것은 재가 교도에게 맡기고 교무는 청소년 교화에 시간을 쓰면 어떨까. 법랍이 오래되고 법력이 높은 분들은 어떤 스승님을 모셔도 수행 정진하겠지만 이제 막 법당문을 열고 들어선 어린 부처님들한테 재가 청소년교화자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교단의 현 상황에 맞지 않는 꿈이겠으나 내가 어려서 동경하고 소망했던 교무의 모습을 현재와 미래의 하늘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재가 교도도 배워서 하면 목탁은 잘 치겠으나 법복을 입은 출가교역자의 모습만으로도 그 경종 소리는 심중에 깊이 스며들 거라는 욕심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시대에 역행하는 꿈을 꾼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둘로 갈라진 길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어서 재가로서 청소년 교화를 고민하고 오래 서 있다. 그래도 일요일이 되고 내가 책임질 시간이 되면 심고문을 적고 설교를 준비하고 법회 활동거리를 챙겨서 어린이 법당으로 들어설 것이다. 나는 준비됐다고 환호성을 지를 재가 청소년교화자는 아니더라도 청소년을 사랑하는 재가 교도이니까.

/분당교당

[2020년 1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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