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주(해인) 교도
조문주(해인) 교도

[원불교신문=조문주 교도] “선생님, 제가 시낭송을 할 수 있을까요?” 10여 년 전 장애인학교에서 시낭송 지도 요청이 들어왔다. 말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시낭송은 가능하다는 필자의 의견에 따라 3명의 아이를 만났다. 한 아이는 음료수 캔을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의 뇌병변장애아다. 어눌하게 말을 하는 정도의 아이와 한글을 겨우 익힌 정도의 아이에게 시낭송 지도가 가능할지 담당교사는 걱정했다.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시낭송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시낭송이 주는 희망을 안내하니 땀을 줄줄 흘리면서 연습에 몰입했다. 같이 울면서 그들의 말투들을 교정해줬고, 이들은 시낭송대회에 입상했다. 이들은 시낭송에서 기적 같은 희망을 찾아 어른이 된 지금도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진주교당에서 시낭송에 관심 있는 교도와 비교도가 모여 ‘포엠테라피’ 과정의 문을 열었다. 건조하기 쉬운 물질 만능시대에 시적 감성을 높이고 마음공부로 힐링을 하는 계기를 만나고자 10여 명으로 시작했다. 시낭송법을 익히면서 다양한 화법과 상담 코칭, 푸드아트 등의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했다.

심순덕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읽으며 부모은을 돌아봤고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으로 경계 따라 있어지는 마음을 돌아봤다. 용혜원의 시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으로 처처불공 사사불공의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 

유안진의 시 ‘내가 나의 감옥이다’ 를 읽으며 내가 어느 성격에 걸려 있는지 에니어그램 성격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코로나로 인해 3주 정도 휴강하는 동안 70여 편의 시를 녹음해 공유하는 수확도 있었다. 시낭송 강의 사이사이에 상담코칭 이론과 화법 강의들을 적용해서 도와주니 자기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과정 내내 자기 목소리 사랑법을 안내했다. 각자의 목소리를 녹음해 듣다보면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 같고 듣기 싫으며 낯설고 어색하다고 했다. 그 낯섬과 친숙해지는 공부를 하자며 목소리를 다양하게 연주하는 방법을 익혔다. 목소리의 종류를 ‘두성, 비강을 울리는 소리, 후성, 흉성, 복성’으로 제시하며 좀 더 감성어린 목소리 연주법을 안내했다. 

말하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는지라 자기 목소리의 특징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서로 목소리 코칭해 주는 방법을 익혀 칭찬과 격려로 함께 했다. 자기 목소리 사랑이 곧 자기사랑과도 연결됨을 서로 이야기 나누었다. 신체부위 중 가장 천천히 늙는 것이 목소리라고 한다. 내 감정을 전달함에 있어서 말하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이다. 이에 조음 원리를 알아 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화법을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론은 간단한데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매시간 푸드아트도 진행해 행복한 자기마음을 음식으로 표현하기를 실시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위해 예쁜 음식을 마련하였고, 멋진 자기를 음식으로 표현했다. ‘포엠테라피’과정은 입과 귀와 눈 등 오감이 즐거운 시간으로 준비한 것이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법문처럼 우리는 무엇을 통해 마음이 살아나게 될지 알 수 없다. 좋은 법문들 사이사이에 시를 함께 읽다보면 마음을 챙기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시낭송은 듣는 즐거움보다 직접 낭송하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이 가을, 내 마음에 닿는 시를 골라 낭송해보자. 녹음해 들으면서 시낭송이 주는 기적 같은 힘을 만나보면 어떨까 싶다.

/진주교당ㆍ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0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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