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교무 / 육군훈련소교당
김승호 교무 / 육군훈련소교당

[원불교신문=김승호 교무] “호암아 온라인 군종퀴즈쇼에 육군훈련소 원불교 군종병 대표로 한번 나가볼래? 상금도 있어.” 평소 적극적이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군종병에게 흘리듯 말을 건내 보았다. “교무님 할래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이런건 제가 전문이죠” 나의 작전은 성공이였다. 

퀴즈쇼 신청서를 작성하고 지휘관에서 서명을 받으러 가기 전까지 아무 걱정이 없었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았다. ‘지휘관이 서명을 해줄까? 지휘관이 서명을 해준다 해도 원불교를 잘 알지 못하는 군종병이 문제를 잘 풀 수 있을까?’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소속 지휘관에게 작은 선물을 가지고 서명을 받으러 갔다. 의외로 지휘관은 흔쾌히 서명을 해줬고, 밤늦게까지 연등을 해서라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테니 1등 할 수 있게 교무님이 많이 도와달라는 말까지 해줬다. 그동안 몇 번의 순교를 통해 인연관리를 잘 해 놓은 것이 도움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군종병이 열심히 공부를 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 하나였다. 

시간이 흐르고 퀴즈쇼가 일주일 남짓 남았을 때 군종병이 걱정된 표정으로  “교무님, 저 괜히 한다고 했나봐요. 한문제도 못 풀어서 창피 당하면 어쩌죠?”라고 말한다. “괜찮아 호암아, 문제 못풀면 어때. 교무님하고 같이 교리공부하고, 원불교를 알아가면 그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 될 거야. 절대 부담가지지 말고 우리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자.” 그제서야 군종병 표정이 조금 풀어진다. 

드디어 퀴즈쇼 당일. 원불교 대표로 총 12팀이 참가를 했고 유투브로 퀴즈쇼는 실시간 중계가 됐다. 한 문제 한문제가 출제 될 때마다 호암이가 정답을 맞추길 두 손 모아 지켜봤다. 총 3라운드로 객관식 문제, 주관식 문제, 성가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맞추지 못할 어려운 문제도 중간 중간 있었지만 호암이는 정확히 정답을 썼다. 

원불교를 군대에 와서 접한 호암이가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 뿌듯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유투브 실시간 댓글을 보며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응원 댓글의 90%이상이 육군훈련소 군종병인 호암이를 응원하는 글이였다. 그중 지휘관인 교육지원대장님까지 직접 실시간 중계를 보며 호암이를 응원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지휘관이 직접 응원 댓글을 남겨준 것이다. 비록 1명의 군종병으로 원불교 육군훈련소를 대표해서 참가를 했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은 것이다. 응원상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모든 문제가 끝이 났고 호암이는 단 1문제를 틀려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어준 우리 군종병 호암이게 너무 고마웠고, 한마음으로 응원해준 해당 부대 지휘관과 부대원들에게 감사했다.

이번 퀴즈쇼를 준비하면서 평소에 인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고, 다음에 이런 행사가 또 있다면 그때는 1명이 아니라 군종병을 더 많이 만들어 팀으로 나가 꼭 1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육군훈련소교당

[2020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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