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고 있다. 사제간 동지간 만남과 친애로 이루어지는 종교인의 신앙과 수행도 새로운 경계에 맞닥뜨린 셈이다. 정부 당국도 각 종교 단체에 비대면 교화를 권하고 종교계 역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교단도 비대면 교화의 길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다. 교화훈련부는 동영상 설교 콘텐츠를 제작 보급했고 청소년국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한 훈련을 선보였다. 현장에서도 SNS를 활용한 교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마지막 훈련을 마친 중앙중도훈련원의 비대면 전무출신 정기훈련이 단연 돋보인다. 200여 명의 전무출신들이 전국 각지 훈련원과 각자의 일터나 거처에서 훈련에 참여했고 동영상 콘텐츠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SNS 등을 적극 활용해 공간적 한계를 극복했다.

입선자들은 다른 장소에 있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같은 강의를 듣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회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의 비대면 훈련에 성공했다. 새벽 5시 좌선 프로그램과 원불교선요가 동영상서비스 접속 메시지가 날아오면 휴대폰으로 접속해서 따라하면 됐다. 종법사와의 문답감정도 모바일 기기로 쉽게 구현됐다. 훈련 참가자들은 이런 비대면 접촉 방식이 오히려 몰입도를 높여준다고 평가했다.  

전무출신 비대면 정기훈련의 성과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새로운 교화 활로를 찾는 교단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온라인을 통한 연결, 즉 온택트(Ontact) 방식은 무엇보다 교화단 훈련과 관리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원불교의 신앙 수행 체계는 애초에 불법과 생활을 둘로 보지 않는 원만한 불법을 지향한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신앙과 무시선 무처선의 수행을 비롯한 소태산의 가르침은 후천시대의 새로운 생활종교로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훈련 역시 생활 속 상시훈련을 강조하니 비대면 정기훈련 성과를 그대로 교화단의 상시훈련에 적용하면 된다. 

대변화의 시기에 교단의 역량을 전체 교화단 훈련과 조직 정비에 집중하자. 원불교 홈페이지부터 교화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다양한 원격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교화단 플랫폼을 만들자. 교화단이 모든 교도의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자. 교화단 플랫폼 안에서 공부하고 보은하고 생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코로나19가 지나가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각 가정과 일터에서 온라인으로 상시응용주의사항을 실천하다가 지도인의 지도에 따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을 실행하면 된다. 코로나19 국면을 과학문명을 적극 활용한 교화단 교화와 상시훈련의 융합으로 극복하고 원불교 교화의 정체성에 한 걸음 접근하는 큰 기회로 삼자.

[2020년 12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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