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해자 수를 인용해 경각심을 높이는 일조차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토록 바란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오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자 감소 효과는 생각보다 적으며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효과적인 예방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위 선진국으로 평가되던 나라의 국민 상당수는 아직도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이고 오히려 정치적 견해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기도 하니 이런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슈를 제외하면 사법개혁 논의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여론이 소위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탓인지 사법개혁뿐 아니라 사사건건 찬반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편 가름의 진영 논리가 합리적 사고와 도덕적 성찰을 뒤덮어버리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런 합리적 소통의 부재는 사안에 대한 시비를 너무 쉽게 법원의 판단에 맡겨버리는 사법 만능 현상을 낳고 있다. 역설적으로 도덕과 상식을 벗어난 일부 법조인들의 행태는 사법적 정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회의와 불신을 키우고 있다. 

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의 작은 차이가 세계적 재앙의 결말을 좌우하는 데도 그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을 저지르고도 확정판결이 나기까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법률가의 도덕성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기 진영의 오류도 비판할 줄 아는 도덕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아무래도 우리는 작금의 사태들이 주는 교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들의 도덕적 건강함과 그것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 현대 문명과 사회 제도들이 사상누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교단이 ‘진리적 종교의 신앙’을 함과 동시에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하는 결사체임을 잊지 말자.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럽던 시대에도 도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부단한 훈련으로 도덕 실천가를 양성했던 소태산 대종사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 

원기105년을 마무리하는 이즈음에 원불교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새 일기장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소태산은 일기법으로 물샐틈없는 수행을 완성하고자 했고 ‘초범(超凡) 입성(入聖)의 큰일을 성취’하도록 했으니 말이다. 

정의롭고 살기 좋은 세상은 심신작용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공부,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소성대(以小成大)는 천리의 원칙’이라고 소태산은 단언했다. 우리의 새해는 작은 훈련의 반복으로 광대무량한 낙원을 건설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2020년 1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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