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경 기자
유원경 기자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교법의 총설에서는 과거 불교의 제도가 출세간(出世間) 생활하는 승려를 본위로 조직됨을 밝히고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재가와 출가 모두 공부와 교화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별을 두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며, 실지로 재가도 교화현장에서 교무로 임명받고 활동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원기15년 경성지부의 교무로 발령받은 이공주 선진(당시 출가 전)과 김제지부 교무 조송광 선진(회보에는 당시 재임으로 표시, 최초 재가교무로 추측됨)이 그 사례다.

전무출신은 출가교도를 통칭하는 원불교 고유용어이며, 교무는 교화직을 수행하는 이를 말한다. 하지만 원기61년 임시수위단회에서 전무출신들의 호칭을 교무로 결의하면서 원불교 출가자는 곧 교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됐다. 공도헌신자의 의미인 전무출신과 교화훈련 전문가의 의미인 교무의 개념이 일치된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재가 교도는 더 이상 교무가 될 수 없게 됐고, 이후 재가교무규정이 폐지되면서 원무라는 이름의 재가 교역자가 등장하게 된다. 또한 교단은 원불교 출가자들의 교육시스템을 교무 양성 중심으로(교화 중심으로) 그 전문성을 발달시켰고, 이로 인해 출가자들은 교화의 전문 인력이 됨과 동시 재가 교화자들과는 근본적인 차별이 생기게 됐다. 

초기교단에서 소태산은 재가 교무제도를 활용했다. 물론 크게 문을 열어 보편적으로 활동하지는 못했지만, 재가에게도 차별 없던 역사는 분명히 드러남을 볼 수 있다. 현재 교단은 교도가 고령화되고 출가교역자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는 재가교도들의 교화활동이 절실하다고 판단되며, 초창기 대종사가 시작했던 재가교무제도의 방향으로 재가교화자 양성 교육과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기대되는 것은 미국의 자치교헌제정과 미주총부설립이다. 미국사회에서 재가와 출가가 차별이 없이 교화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면 부족한 출가자들의 인력을 보강해 교화를 활성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재가교무제도와 그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교화 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출가교역자인 전무출신은 공도헌신자로서의 상징이며, 교무라는 직책은 재가출가 모두가 교화훈련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던 초창기 역사처럼 말이다.

초기교단에서 교무는 단지 직책이었다. 회장직을 맡은 이에게 ‘아무개 회장님’하고 부르다가 그 직책을 내려놓으면 ‘아무개 님’이라고 했듯, ‘아무개 교무선생님’하고 부르다가 그 교무직을 내려놓으면 ‘아무개 님’이라고 불렀다. 교무가 전무출신으로서의 상징이 아니라, 교화훈련 전문가로서의 상징으로 재가와 출가의 차별이 없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0년 1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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