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허 교무
정경허 교무

[원불교신문=정경허 교무] 예전에 라디오를 돌려보다가 우연히 듣게된 클로징 멘트이다. 오늘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다시는 오지 않을 날이니까 후회 없이 보내라는 의미가 있는 멘트이다. 처음 이 멘트를 들을 때는 ‘오! 괜찮네’라고까지만 생각하고 흘려들었다가 올해 계획했던 일들을 시행하지 못하게 되니 ‘문득 흘려들었던 라디오 멘트가 잊고 살던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깨워주는 멘트였구나’ 하고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이었다.

올해 원기105년은 우리 모든 구성원들이 많이 힘들었던 한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교구의 청소년 교화 교역자들 또한 갑자기 변해버린 시대 흐름에 어떻게 할지 고심하고 대응하는 시간이 됐다.

지난 1월 3일 교구 대학생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명상캠프 ‘선다방’을 진행할 때 까지만 해도 이런 시대가 올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훈련이 올해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마지막 훈련이라는 것을 누가 알았을까.

매년 진행해오던 대학생 해외봉공활동은 비대면으로 강의를 시작하고나서부터 일찌감치 진행을 하지 않기로 취소했다. 그 대안으로 생각했던 독도 평화기행도 결국 취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대학생들은 멈춰있지 않았다. 동그리TV의 도움으로 영산성지순례 유튜브 영상에 참여했고, 40주기 5.18 위령재 때 영령들께 바치는 노래를 불렀으며, 어린이 훈련에 필요한 물품 제작 및 준비에 힘써서 도와줬고, 2학기에는 이대로 1년을 허무하게 보낼 수 없다는 의지를 모아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호송아리 연합법회 온&오프’를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했다.

어린이는 코로나19를 피해 비대면 훈련으로 진행했다. 훈련을 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Me-time 어린이 가을훈련’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기획했다. 프로그램 구성을 스스로가 마음을 챙기면서 할 수 있도록 상시훈련의 형태를 띄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방문 학생들이 전부 취소됐던 ‘우리삶옥당박물관’과 협의로 박물관의 프로그램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래서 이번 가을훈련으로 인해 결제식을 비롯해 명상, 감사노트작성, 법문사경, 박물관 프로그램 등 15개의 영상 콘텐츠가 제작됐다. 

누군가는 코로나19가 시대를 10년을 앞당겼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원래 하고자 하는 일들을 못하게 만든 코로나19가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반대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음에 감사한 점도 있다. 평소에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내 스스로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당장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진 않지만, 이제는 한번 경험해보았기에 처음보다는 덜 당황스럽지 않을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유일한 날인 오늘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서 후회 없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광주전남교구

[2020년 1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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