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교도 / 화명교당
김여정 교도 / 화명교당

[원불교신문=김여정 교도] 나는 책을 통해서 원불교를 종교로 선택했다. 영혼에 진이 빠진 것 같던 30대의 어느 시기. 종교를 선택할 작정으로 먼저 도서관에서 책으로 몇 가지 종교에 대해 알아봤다. 원불교 사상에 대한 단행본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아! 이런 종교가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그래서 내가 길을 찾는 방법에서 종교를 제쳐두지 않았다면 나의 20대가 그렇게 남 몰래 분열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었다. 개인과 구성원으로서의 과제가 별개처럼 여겨졌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내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에서 설명하는 원불교는 이 두 세계가 그토록 자연스럽고 원만하게 통합되어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우리 시대 동포들의 가장 큰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라고 생각한다. 평화는 외면하면 안 될 시대적 과제이기에 다소의 실천을 함께 해왔고, 이것은 교당 생활과는 별개의 나의 영역이었다.

그러던 중 성주성지에 사드가 들어오면서 성지수호 활동으로 소성리에 가게 됐고, 다시 한 번 나의 실천영역에서 공간적으로 분리됐던 두 세계가 통합되는 원만한 보은행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 후 나의 진밭교당 평화 지킴이 활동은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즐거운 원불교 평화훈련이라 여기게 된다. 정산·주산종사의 기운을 받으며 평화를 위한 마음이 켜지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길은 언제나 가슴 가득 커다란 일원상을 안고 오는 호사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진밭교당 지킴이 활동이 제한되면서 얼마 전부터 라이브톡으로 매일 저녁 9시 전국의 재가출가 교도들이 진밭 평화기도를 함께하고 있다. 진밭에서 울리는 타종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전국 각지에서 두 손 모아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장면. 이러한 서원들이 모이고 쌓여서 성주성지 진밭은 세계평화의 성지가 되고 한반도가 어변성룡이 되는 도덕의 부모국이 될 것이라고 믿어진다.

며칠 전 가톨릭과 개신교에 이어 원불교 교무 450여 명이 검찰개혁을 위한 시국선언을 하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굳건한 차별과 불평 부당한 불의에 맞서 정의를 세우고자 애써 오셨던 많은 선조와 선배들의 노력으로 지금 이만큼의 정의를 세우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우리는 이 피은을 누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를 지키고 불의가 있다면 징계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피은 조목에 ‘시비 이해를 구분하여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워 안녕 질서를 유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평안히 살게 함이니라’라고 했고, 법률보은 조목에는 ‘자신과 가정 다스리는 법률을 배워 행할 뿐 아니라 사회·국가·세계 다스리는 법률을 배워 행하라’ 말씀했다. 나는 원불교가 우리가 서 있는 현실 위에서 통합되고, 사은사요 삼학팔조 인생의 요도 공부의 요도를 수행 실천하는 원만한 종교의 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 

지난 명절대제 대종사 고축문에서 우리 교단은 ‘한반도 평화선언 1만 명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교도들은 이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내 안에 이미 평화의 문제를 어느 정파에 대한 분별 주착으로 생각하며 어디에도 쏠리면 안 된다는 자기검열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명목으로 사은의 피은자로서의 보은 실천을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연말이 되기를 바란다.

/화명교당

[2020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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