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본사가 매월 마지막 주 섹션지로 발행하고 있는 <마음공부>에는 선진의 심법을 알음할 수 있는 기획이 있다. 이름 그대로 ‘심법.’ 2년 가까이 연재되고 있는 이 기획을 통해 선진 한 분 한 분의 심법을 온전하게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은, 내 공부의 무서운 죽비자가 된다. 

성산 성정철 선진. “오늘도 나를 찾고 내일도 나를 찾자. 오늘도 나를 놓고 내일도 나를 놓자.” 그가 일평생 마음에 새기고 살았던 좌우명이다. 성산종사는 때로는 농사꾼으로, 때로는 마을 이장으로, 때로는 장사꾼으로, 주어진 일에 아무 불평 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지공무사의 삶을 살았다. 오직 사필귀정의 신념으로 나를 놓고 대종사의 뜻대로 어김없이 행한 그는 “위법망구 위공망사를 공부 표준으로 사는 것이 도인들이 공부하는 길이요 전무출신의 길”이라는 부촉을 남겼다.

최초 여자수위단원에 피선된 칠타원 정세월 선진. 간고한 총부 살림에 책임을 다하면서도 후진들에겐 늘 어머니 같은 따뜻한 인정을 베풀었다. 종기가 나서 고통받는 후진들의 환부를 입으로 흡입해 치료할 정도로 사랑을 지녔고, 집에 찾아든 연고 없는 환자를 간병하고 치상의 도를 다했다.

사타원 이원화 선진. 재가 1등 유공인이었지만 일평생을 식당과 논밭을 오고가며 대중들과 함께 봉공하고 순교하는데 온 생애를 바쳤다. 누구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사량분별 하지 않고 모든 정을 베풀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 자칫 거칠어지기 쉬웠던 길룡리 인심들은 사타원 선진의 그 훈훈한 덕화에 마음이 녹아나고 성정이 순해졌다. 

“교단 일에 있어서 아무리 공심을 주장하나 그의 마음속에 사(私)가 숨어있다면 결국 그 사가 나타나고 만다. 일시적인 비난을 두려워말고 사심 없이 실력만 길러서 열심히 일만 하자. 마음속의 공(公)을 아무리 비난한다고 사가 될 리 없고, 아무리 사를 공으로 위장한다고 그 사가 공이 될 수 없다. 인(因)은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일평생 공심으로 살다간 묵산 박창기 선진이 남긴 말이다.

올해 마지막 신문인 송년호를 마감한다. 겪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 재난으로, 여전히 몸도 마음도 긴장되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자신에게서 내보낸 마음 씀씀이는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내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 없이 깨닫게 된 올 한해, 돌아보면 일 속에서 치열하게 마음작용이 일어났고, 취재 과정에서 이해가 상충될 때에는 적잖은 속앓이도 했다. 

감상 하나 더해진다. 모양도 색깔도 없어 잡거나 볼 수도 없는 심법. 그러나 삶 속에서 실답게 전해지는 선진의 심법처럼, 건네는 말 한마디, 시선 하나, 마음 한켠에 심법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심법이 곧 수행력이다. 

[2020년 12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