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영 교도 / 춘천교당
김원영 교도 / 춘천교당

[원불교신문=김원영 교도] 나는 내 마음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정전』 솔성요론 제5조‘주색낭유하지 말고 그 시간에 진리를 연구할 것이요’라는 조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조문은 대종사가 주색낭유가 자신의 몸을 망치고 부끄럽게 하며 집안을 파탄 나게 하므로, 그 시간에 진리공부와 도덕공부를 해 인생의 올바른 길을 찾도록 깨우쳐주신 것이라 생각된다.

『원불교대사전』에 의하면 주색낭유란, 술과 여색과 여러 가지 놀음으로 터무니없이 놀아나는 것으로서 자신을 망치고 패가망신의 근본이 되며 윤리 도덕이 타락하는 지름길이 된다고 한다. 술이 있으면 여색이 따르고 주색이 있으면 잡기가 따르기 마련으로서 주색낭유는 비단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여자들이 계를 하고 춤을 추고 놀러 다니다가 집안을 망치고 타락한 경우도 주색낭유의 한 예로 들고 있다. 

요즘 시대 사람들이 술을 즐겨하며 과음을 하거나 노래방이나 클럽에 가서 지나친 음주 가무를 즐기는 것, 또는 컴퓨터나 핸드폰 등을 통한 게임에 중독되거나 댓글 달기로 남을 비방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들은 ‘주색낭유’의 현대판으로, 경계하고 빠져서는 안 될 습관들이라고 생각된다.

이 조목을 공부하면서 나의 잘못된 습관이라 할 수 있는 ‘수다떨기’에 대해 생각해 봤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주민센터에서 수강하고 있는 강좌를 들으며 나에게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가 세 명 생겼다. 취미도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아서 수업이 끝나면 차를 마시며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대화 내용은 대부분은 가족에 대한 얘기, 주변 사람 신변잡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등이 주를 이뤘다. 물론 더불어서 남의 허물을 들추는 이야기도 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단점이 드러나고 조금씩 맞지 않는 부분도 생기면서 불만도 조금씩 생겨났다. 결국 함께 이야기 나누던 한 명이 모임에서 이탈하게 됐고, 둘 또는 셋만 만나게 됐다. 

나는 ‘주색낭유를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진리를 연마할 것이요’ 조목을 공부를 하면서 ‘그 많은 시간을 수다로 흘려보내고 나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횟수와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원불교 교리연마를 좀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주는 가십거리의 즐거움보다는 내 가족에 불공하고, 마음공부를 통해 지금 여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정신차리는 내가 되는 것이 더 큰 복락이라는 깨우침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바깥 외출을 못하게 되다보니,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일상을 이야기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서로가 은혜롭고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 또한 깨우치게 됐다. 주민센터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서로를 이해해 주고, 어려운 일은 함께 고민해 주고 즐거운 일을 함께 기뻐해 줬던 시간은 그것대로 소중한 것이고 상생의 선연이라고 느껴졌다. 

얼마 전 친구의 아들이 수능을 앞둔 시점에 찹쌀떡을 사서 문 앞에 걸어두고 왔다. 찹쌀떡을 본 친구가 전화로 “코로나19 시기에 수능을 보게 되어 노심초사 하고 있는 상황인데, 마음을 써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전화를 받고 보니 나 또한 감사한 마음과 모두가 은혜임을 문득 알아차리게 됐다. 

앞으로는 친구들과의 시간도 소중히 여길 것 이며, ‘주색낭유’를 통해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감사불공 하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춘천교당

[2020년 1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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