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보·통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새 부처님 대종사님께서는 금전을 지혜롭게 사용하라고 구체적으로 당부하셨습니다. 살면서 만나는 여러 인연 중, 작은 이해나 인정에 얽매이다 오히려 상극이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더 원만하고 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연고없이 심교간 금전을 여수하지 말며  
이 계문의 취지는 각산 신도형 종사의 교전공부에 명쾌하게 나와 있는데, 요약하면 마음으로 사귀는 사이에는 이자를 목적하거나, 반드시 상환해야 하는 채무를 주고받거나, 보증을 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각산종사님은 “진리는 모든 가능성이 있고 인심은 사소한 일에서 변할 수 있어서 최초 의도와는 달리 돈 잃고 사람 잃고 정의를 상하며 마음에 불안과 초조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무척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천재지변, 도난, 중병 등 생명의 위험이 있거나, 이자 목적이 없으며, 빚을 못 돌려받더라도 섭섭함이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금전 여수의 연고가 된다 하셨습니다.

 

심교간 금전여수 사례와 결과
가까운 사람이 간곡히 부탁해서 돈을 빌려줬다가 난감해진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나는 청년회 때, 교단적 활동을 하는 다른 교당의 한 교도님이 “내가 너무나 힘든데 한 달만 빌려주면 안되겠니?” 하여 1천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상당한 돈이지요. 내 딴에는 공심으로 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후 그분은 여러 차례 변제를 미뤄달라 하더니, 나중에는 연락도 안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랐는데, 수소문해 보니 그분은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 안 갚고 계셨습니다. 결국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어머니가 “생각해봐라. 그 사람이 오죽하면 다른 교당의 어린 너에게 돈을 빌렸겠니. 애초에 갚을 능력이 없었던 거야. 그분이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너도 돈이 없으면 똑같이 되는 거야. 네 돈 받아서 네가 얼굴도 모르는 다른 사람 빚 갚았겠지. 그때 네가 나에게 상의 한마디만 했으면 이 고생을 안 하는데….” 하셨습니다. 구구절절이 옳아서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내가 어리석었구나! 그 결과는 돈 잃고 사람 잃고, 당시 비교도였던 어머니에게는 교당활동에 불신을 심어드리게 되었습니다. 

 

심교간 금전여수를 않으려면 
내가 왜 그분과 금전여수를 하였나 보니, 그분이 “내가 어렵다, 꼭 갚겠다”라고 여러 번 말씀하시니 마음이 약한 나로서 거절하기가 어렵고, 또 교단 일을 하신다니 마음이 동하고, 안 갚아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돈은 교단에 희사한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준 것입니다. 교단 동지나 가까운 관계에서는 금전관계의 명확성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빌려줄 때는 믿을 수 있을 것 같고, 이해할 것 같고, 상대가 고맙다 하니 뿌듯했지요. 하지만 막상 돈을 떼이고 불안, 초조, 원망이 나왔습니다. 나도 상대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신앙한다면, 심교 간에는 낮은 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심교간 금전을 여수하지 않으려면? 각산종사님은 “빚은 국법보증의 공공기관에 위탁하라, 개인에게 줄 경우에는 법률적 효력을 발휘하는 증빙서류를 갖추어 공공연한 서약을 하라”고 구체적 대안을 밝혀 주셨습니다. 또한 “소소한 인정에 얽매여 대의를 잃지 말고 한때 인정이 박하더라도 끊을 자리에는 분명히 끊어라, 부득이 여수한 경우 돈은 잃을지언정 사람은 잃지 말라”고도 하셨습니다.
우리 원불교는 금전 사용법을 밝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도품 41장 가정의 호주가 해야 할 일 아홉 가지 중 일곱가지가 금전 사용에 대한 것입니다(셋째~아홉째). 과거에는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거나, 무리하게 빚을 얻어 사업을 하여,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생고생을 했다는 속터지는 이야기가 허다했습니다. 가족 간 의논없이 호주가 대소사를 결정했던 가부장 문화가 한몫했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금전 지출 시 아내, 가족이 함께 의논하는 추세라, 그런 일이 덜한 것도 같습니다.
우리는 복잡다단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40이 되었지만, 여전히 금전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누구보다도 나를 지켜주는 계문을 마음에 새기면서, 늘 응용하는 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해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연고없이 심교간 금전을 여수하지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2. 나는 연고없이 심교간 금전을 여수하고 있습니까? 
3. 연고없는 금전여수를 어떻게 바로잡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대종경』 실시품 29장
대종사님이 한 제자에게 ‘일지日之’라는 법명을 주셨는데, 그는 환약을 대중에게 팔려 하다가 뜻대로 안되자 그만 돌아가 버렸습니다.

『정산종사법어』 공도편 6장
한 번 동지로서 동고동락을 맹세하고 정의로써 사귀었거든 어떠한 처지에 있게 되든지 그 지키는바 신을 길이 변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예전』 통례편 18장 염치와 신의 
3. 신의 지키는 법 
1. 정당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며, 만일 부득이한 일로 실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알려서 상대편의 양해를 얻을 것이요. 
2. 무슨 물건이나 남의 것을 빌어 온 때에는 약속한 기일 안에 반드시 돌려보낼 것이며, 빌어 온 물건은 자기 물건 이상으로 조심히 사용할 것이요.

『대종경』 인도품 41장
매양 근거 있고 믿음 있는 곳에 자본을 심을 것, 수지를 항상 살펴서 정당한 지출은 아끼지 말고 무용한 낭비는 단단히 방지하라 하셨습니다.


[2020. 11. 27. 마음공부19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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