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6년 새해가 밝았다. 전산종법사는 신년법문 ‘집집마다 부처가 사는 세상’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재가출가 전 교도에게 공부길과 생활표준을 제시했다. 인류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활동과 이동이 제한되어 저마다의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중첩되면서 법문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코로나19 사태는 의료와 방역의 문제로 시작해 이제는 개인의 실존과 현대 문명 전반에 걸친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는 인류 공통의 화두로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성장을 지상목표로 정신없이 달려온 현대인들은 집안에 갇혀 사색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욕망을 끝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지구환경까지 파괴하는 발전주의의 틀을 고수할 것인가. 자연과 인간, 성과 속,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서구 중심의 가치관과 종교관으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의 삶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서 예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도 될 것인지, 다시 말해 생존의 문제에서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문명의 차원에서 큰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그 깨친 사람들의 변화된 일상으로부터 새로운 시대가 움튼다. 소태산 대종사가 말한 미륵불 용화회상, 광대무량한 낙원은 우리가 직면한 아수라장의 한치 앞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륵불은 미래 세상을 책임진 주세불이다. 도탄에 빠졌던 민중들의 절망이 때때로 잉태한 불교적 메시아 같은 존재이다. 이 미륵불이 소태산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었으니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 곧 미륵불이고 깨달은 이들이 살아가는 밝은 세상이 곧 용화회상이다. 비범한 부처님 하나의 등장으로는 낙원 세상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오히려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진리를 깨달아 바르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야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부처가 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교법 전체가 그 길이지만 전산종법사는 ‘일상수행의 요법’, ‘상시훈련’, ‘정기훈련’을 주된 방법으로 손꼽았고 ‘법위등급’을 공부의 표준으로 삼기를 강조했다. 

소태산 대종사가 꿈꾼 낙원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집에서 일터에서 시시때때로 마음공부를 쉬지 않는 가운데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하고 보은하는 세상이다. 공부도 서로서로 함께 하고 보은 불공도 서로서로 함께 하는 세상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그 시대에는 서로서로 생불이 되어 서로 제도하고 서로서로 부처의 권능 가진 줄을 알고 집집마다 부처가 살게 된다’고 했다. 집집마다 부처가 사는 세상이 되려면 서로서로 생불이 되어야 할 터이다. 정성스러운 훈련과 교법실천으로 부처가 되는 새해를 살자.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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