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수 교무
국현수 교무

[원불교신문=국현수 교무] 남강은 진주를 대표하는 강이다. 잘 정비된 길과 시설로 많은 진주 시민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엔 새벽 이른 시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24시간 운영되는 교당이 있다. 그 교당의 이름은 남강교당이다. 

남강교당의 존재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교당 건물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남강을 남강교당이라 이름만 붙였기 때문이다. 남강교당은 경편철도와 한양공원을 경우에 따라 이용하되 경위에만 어긋나지 않게 하여 모두 자신의 것으로 삼으셨던 대종사님처럼 “남강을 그냥 우리 교당처럼 이용해보자”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남강교당에서 나의 주 활동은 ‘거리의 악사’가 되어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것이다. 교화활동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보단, 자연스럽게 하모니카 연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심히 강변을 산책 하고 있는 남강교당 교도들 앞에서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스피커폰으로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세계 하모니카 대회 1위 수상자를 직접 찾아가 배웠던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치열한 경합 끝에 내게 첫 대회 1위를 안겨준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신기하게도 남강교당 교도들은 나의 연주에 큰 관심이 없다. 그냥 지나칠 뿐이다. 

대중들 가운데서 때론 고요하게 때론 요란하게 연주해도 눈길 한번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이렇게 2시간 정도를 연주하다 보면 많은 생각이 일어난다. “아 괜히 여기 와서 이러고 있나? 하지말걸…”, “누가 시끄럽다고 화를 내진 않을까?” 원불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남강교당 교도들 사이에 덩그러니 혼자 연주하고 있으니 부끄러움, 어색함, 소외감 같은 감정들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마치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이 든다. 정말 교당에서 교감님과 교도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러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다가 한 곡, 두 곡 연주할 때쯤이면 모든 번뇌가 가라앉고 그냥 연주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연주에 집중하고 있다가 남강을 산책하던 진주교당 교도들이 나를 발견하고 박수를 쳐주면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다 보면 무관심 했던 남강교도님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진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내 주위에 모여 앉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연주를 듣고 하모니카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하모니카를 만져보기도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혹시 하모니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신가요? 어디서 가르치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기회가 있으면 찾아가 배우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아 제가 사실 따로 가르치진 않구요, 저는 신안광장에 위치한 원불교 교당 교무에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렇게 원불교와 교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남강교당 교도들에게 원불교를 소개할 때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대종사는 미래의 불법은 불공하는 법도 불공할 처소와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불공하는 이의 일과 원을 따라 그 불공하는 처소와 부처가 있게 된다고 했다. 이는 교화현장을 특정한 곳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교화의 의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교화를 해나갈 수 있어야 된다는 말씀 같다. 

아직은 서툰 남강교당 교화지만 남강을 불공하는 처소로 삼고 남강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부처로 모셔 진주 시민들이 많이 찾는 남강에서도 원불교의 동남풍이 시작되기를 염원해 본다.

/남강교당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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