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보통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이시여! 대종사님은 공중사와 공금관리에 대해 특별히 엄격하셨습니다. 사회사업들이 많아지는 새 시대를 내다보고 당부하여 주신 말씀입니다. 교단의 공금, 모임 회비, 회사의 돈, 세금이 모두 공금이니 제가 공금 쓰기를 조심하여 죄 짓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내 것도 하나 살까?”
진열대에서 1800원짜리 캔커피 하나를 보며 집을까 말까 망설입니다. 
나는 기업에서 직원 교육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에 필요한 문구와 간식을 준비하러 마트에 가면, 내가 먹고 싶은 것도 하나 더 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 계산할 때 슬쩍 끼워서 하나 사도 아무도 모릅니다. 
전에는 사실 이럴 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하나 더 집었죠. 어차피 간식은 교육장에 오픈해 깔아놓는 건데 교육생이 먹는 것이나, 교육관계자인 내가 하나 집어먹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요. 또, 커피 하나 마시고 힘내서 열심히 일하면 회사에도 더 좋은 것 아닌가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것은 내가 집어든 커피가 규정에 따라 타당한 예산사용인가 아닌가, 나는 고지식한 사람인가 아닌가, 1800원이 큰 돈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이것은 그냥 품위의 문제입니다. 스승님으로부터 공금을 범하여 쓰지 말라는 계문을 받든 수계자로서 이 일에서 무엇을 온전한 생각으로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러면 분명해지지요. 1800원짜리 커피 안 마셔도 죽지 않습니다. 
안 마시는 것이 나에게 더 단순하고 유익합니다. 그래서 커피를 내려놓았습니다. 

 

공금을 범하여 쓰지 않는다는 것 
공금에는 교단의 공금뿐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해 모은 돈 즉 모임 회비, 회사의 돈, 세금, 자선단체 기부금도 포함됩니다. ‘범하여 쓰지 말라’는 것은 훔치지 말라는 것뿐 아니라, 아끼고 조심히 쓰는 것도 포함됩니다. 
공금에는 여러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공금이 어떻게 모였는가를 보면, 천원도 적은 돈이 아닙니다. 주부가 마트와 옷가게에서 집었다 놓았다 망설였던 그 돈입니다. 택배 배달원이 한 상자 배달하고 받는 돈, 할머니가 주머니에 꼬깃꼬깃 아껴놓은 돈입니다. 이런 정성이 모여 헌공금, 회비, 세금, 기부금이 된 것이니, 대종사님은 공금을 함부로 범하여 쓰면 ‘장래에 우연한 재앙으로 몇 배의 손해를 당하게 될 것(교단품 14장)’이라 하셨습니다. 
최근 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에서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썼다고 큰 질타를 받았습니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단체는 수익단체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합니다.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져 있습니다. 사적 유용도 나쁘지만,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정책을 집행하면서도 잘 살펴서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어쩌다 공금 유용하지 않으려면
우리 회사에 동기회비를 유용하여 문제가 된 팀장이 있었습니다. 이분이 원래 나쁜 분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동기회 총무까지 맡으셨겠죠. 무리하게 주식투자를 해서 큰 빚이 생겼는데, 만회하려던 차에 마침 회비통장이 눈에 띄었고, 잠깐 빌려쓰고 갚으려 한 것인데 “어쩌다보니” 공금을 유용해버린 것입니다. 현대는 이처럼 사회망은 복잡하고 유혹은 가까워, 공금을 만지는 사람으로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평소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다” 공금을 범하지 않으려면, 공금의 출처와 목적과 사용범위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법인카드는 사전에 허락을 받고, 지정된 사용처에서 쓸 수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이래도 될 것 같은데, 법과 규정상 안 되는 일들도 있으니 법규를 잘 연습해야겠습니다. 특히 각종 복지기금은 해당 목적에 맞게 배부되어 써야 합니다. 나아가 장학생이라면 장학금 기부자의 의도대로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고, 재난지원금도 경제활성화와 생계를 위한 목적으로 잘 써야 하겠습니다. 


원불교는 공금과 회계를 엄격히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 교단의 회계처리는 일제 강점기의 심한 감시에도 그 정확함으로 나라를 맡겨도 능란히 처리하리라는 평가를 들었고(실시품 14장), 대종사님은 연말 결산과 예산을 세밀히 친감하셨다고 합니다(교단품 39장), 계속 이어가야 할 자랑스러운 전통입니다. 나도 공도에 부끄럽지 않은 대종사님의 제자로 살아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공금을 범하여 쓰지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2. 나는 사소한 것이라도 공금을 범하여 쓴 적이 있습니까? 
3. 공금을 범하여 썼다면, 어떻게 참회하고 보은하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대종경』 인과품 28장
어떤 선사가 제자의 대중 빚을 걱정하여 따로 벌어먹였다고 하시면서, 중인의 보시를 받는다면 그만한 유익을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교단품 14장 
한 제자가 교중의 땔나무 등을 사가로 가져가자, 여러 사람의 정성으로 모아진 물건을 사사로이 소유하면, 장래에 우연한 재앙으로 몇 배의 손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대종경』 교단품 39장 
대종사님은 연말에는 결산과 예산을 세밀히 친감하시면서, 새 세상의 도가에서는 회계문서를 정비시켜 수입과 지출을 대조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43장 
신심깊은 이의 혜시를 함부로 받으면, 노적에 불질러 놓고 튀밥 주워먹는 격이 된다 하셨습니다. 

『대종경』 교단품 38장 
교화선상에 나선 사람은 물질 주고받는 데에 청렴하며, 공금 회계를 분명하고 신속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2020. 11. 27. 마음공부19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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