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 한국 한의학 연구원장
김종진(종열) 교무 / 한국 한의학 연구원장

 

소음인은 잘 체한다. 조금 많이 먹어도 체하고, 오래된 음식을 먹어도 체하며, 먹고 금방 잠들어도 체하고, 먹을 때 마음이 불편해도 체한다. 어려서부터 자주 체하고 잘 먹지 않아 애를 태운 아이는 소음인이 많다. 선천적으로 위장 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이 열나면 열에 여덟 아홉은 감기가 아니라 체증이다. 아기들이 아플 때는 일단 체했다고 보고 다스리면 대개 효과적이다. 아기들은 아직 위장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음인은 말하자면, 아기들 보살피듯 평생 먹는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소화기의 길이가 사람 키의 5배가 넘으니 음식이 소화되기까지 긴 여행을 해야 한다. 먹은 음식의 소화가 끝나고 항문으로 배출될 때까지 시간은 식물성이 9시간, 동물성은 15시간까지 걸린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식곤증을 느끼는 것도 이제부터 음식 소화시키느라 힘드니 다른 일은 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하면서 진행하는 회의는 위장을 괴롭힌다. 소음인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체할 수도 있다.


체증은 음식물이 위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어 내려가지 않고 오래 머물러 있는 증상을 말한다. 체증에는 위장 기능이 갑자기 마비된 긴급한 상태부터, 음식일부가 느리게 소화되는 정도의 가벼운 만성 체증까지 다양하다. 당연히 체증은 음식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또 식사 때의 주변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데, 만성 체증의 경우는 그 증상도 다양하다. 


체증의 흔한 동반 증상 중에 하나가 두통이다. 늘 머리가 무겁고 아프고, 심하면 편두통으로 고생하는데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가 소음인이라면, 만성 체증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출장 후 편두통이 생긴 소음인 공무원 한 분이 식사 후 습관 한 가지를 고치는 것만으로 두통이 크게 개선된 경우가 그 예이다. 


소음인 편두통은 먼저 과식을 피해야 한다. 평소 식곤증이 심하거나 변이 묽게 나온다면 나의 위장기능에 비해 과식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식사량을 줄이고 흡수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음식을 먹고 바로 자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다. 앞의 공무원은 만찬 모임 후 반드시 산책을 하는 것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위장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시간(대략 두세 시간, 육류는 다섯시간)이 지나기 전에 잠들면, 위장도 괴롭고 숙면을 취할 수도 없다.


오슬오슬 춥고 미열이 나곤 하는 만성 감기 증상도 소음인의 만성 체증인 경우가 많다. 아기들이 체하면 감기 든 것처럼 열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감기란 한번 앓고 낫는 주기가 명확하다. 하지만 만성 체증의 감기 증상은 수시로 덜했다 다시 심해졌다 하며 늘 몸에 붙어 있다. 이 경우에도 소음인은 음식 조절을 먼저 해서 체증을 다스려야 한다. 동시에 몸이 추우면 위장기능이 느려지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옷을 약간 두껍게 입고, 특히 지나친 냉방에 대비해 얇은 긴 옷을 늘 갖고 다니고, 추운 기가 느껴지면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차, 따뜻한 음식을 먹어서 몸 안팎을 늘 덥혀야 한다. 


몸이 따뜻해지면 위장 운동이 활발해져서 체증이 내려간다. 체증이 내려가면 추운 느낌도 사라진다. 하지만 나은 듯하다가도 다시 체하면 또 감기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다시 몸을 따뜻하게 하여 다스린다. 이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오래 묵은 체증이 어느 순간 크게 풀리며 몸 상태가 달라진다. 


물론 소음인 중에도 잘 체하지 않고 추위도 잘 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분들은 대개 규칙적인 소식가이거나, 육체적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 것이다. 소음인이 추위를 많이 타는 것은 위장의 소화속도가 느려서인데, 소식으로 위장의 노동시간을 줄이므로 몸이 따뜻하고 위장의 상태가 좋아져서 잘 체하지도 않는 것이다. 또 사지 운동이 많아지면 위장의 연동운동도 활발해져서 몸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소음인은 기본적으로 소식을 해야 한다. 대신 영양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먹어주어야 한다. 하루 활동량에 따라서는 규칙적 간식을 포함해서 3끼 이상을 먹을 필요도 있다. 근육 생성에 꼭 필요한 단백질 섭취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소음인은 근육 생성 능력이 비교적 약하고, 근육이 부족하면 열 생성량이 적어져 몸이 더 차가와지고, 그래서 소화 능력도 더 약화되기 때문이다. 


소음인은 음식 관리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체질이다. 그래서 추어탕, 보신탕 등 보양 음식들이 대개 소음인 음식이다. 소음인의 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음식들인 것이다. 그래서 태음인까지는 괜찮지만 양인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들이다.


※ 공직에 있는 동안은 개인 진료상담을 해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2020. 11. 27. 마음공부19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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