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6년 새해가 밝았다. 힘차게 새해를 시작해야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오래도록 꺾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무겁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곧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될 예정이니 희망을 품어보자.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이웃이 아프면 나도 아픕니다”란 말이 새해를 맞아 새삼스레 떠오른다. 시각을 좁혀본다.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성불제중의 목적으로 출가한 전무출신들의 삶은 어떨까.

원기105년 기준 현직으로 근무하는 전무출신은 1,367명으로 집계됐다. 비집무자는 184명이다. 비집무자는 휴무, 휴역, 휴양, 대기로 구분된다. 휴무는 스포츠로 예를 들자면 선수의 부상이나 개인 사정으로 선수의 이탈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는 팀의 전력을 크게 뒤흔드는 사건으로 선수의 부상을 꼽는다. 주력 선수들이 탈락하면서 팀의 분위기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자연히 성적도 하락하게 된다.

비집무자의 숫자가 집무자의 10%를 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개인 간의 문제로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교단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겠다. 그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어떤 문제에 봉착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교단이 무엇을 해줄 것인지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휴무하는 기간이 낭비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와 역량 강화를 위한 시간으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교단이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 갈 필요가 있다.

점점 출가자가 줄어드는 이 시점에 교단의 미래 인력수급의 측면에서 있어서도 이제는 더 이상 휴무·휴역자를 방치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전무출신 한 사람의 가치와 가능성을 최대로 살려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그 안에서 보호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그들의 행복이 곧 교단 전체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교단운영의 방향을 확고히 한다면 이와 같은 시스템의 구축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집행부의 고충을 이해한다. 현 실무부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전무출신 근무환경이나 복지개선 문제는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교단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또한 자아발전의 욕구를 교화발전으로 승화시키는데 유연한 사고로 대처하지 못한 요인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무출신들의 몸과 마음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해보자. 그들의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 소통하고 꿈과 비전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이제는 교단이 전무출신을 위한 정책을 우선순위로 놓고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어려운 시기에 봄날을 기대해 본다.

[2021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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