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원기106년, 서기2021년,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았다. 몸에 열이 오르고 기침이 심하면 대개는 염증을 동반한 병이 찾아온 것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구도 그렇게 아프다. 고열에 시달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먼지 자욱한 공기 속에서 깊은 기침을 해왔다. 

병증이 심해지면서 그 원인이 지구에 잠시 깃들어 사는 이기적 영장류의 무절제한 삶의 방식 때문이라는 깨달음과 반성이 겨우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탐심·진심·치심에 물든 인류는 국가, 인종, 종교, 성별, 계층 등의 분별과 경계를 초월하지 못해 숱한 고통을 자초하고 있다. 코로나19 로 고통의 한 가운데에 놓인 인류를 깊은 성찰과 참회,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끄는 종교계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새해 국내 정세는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권력을 둘러싼 거칠고 탁한 흐름에 휩쓸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위협도 무색하게 했던 검찰개혁 관련 갈등은 사법개혁과 언론개혁 요구로 번져갈 것이고 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보수와 진보 세력의 분화를 촉진하며 우리의 민낯을 서로에게 드러낼 것이다. 사회평론가 백낙청은 ‘세상의 민낯을 본 뒤에 무엇을 할까’라는 <한겨레> 기고 글에서 “민낯을 보여준 세력이 이제는 ‘안면몰수’하고 나설 것이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이런저런 민낯들을 보면서 우리가 반드시 할 일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추론해도 세상이 온통 ‘이런데’ 자신만 온전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며 각자의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종의 감금이 풀리는 날 우리가 서로 어떤 민낯을 대할 것인지는 지금 이 ‘감금’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한편 원기106년 교단의 새 출발은 미국종법사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교단사적인 경사임과 동시에 세계 종교로서의 원불교가 시험대에 오르는 두려운 순간이기도 하다. 일상 속 상시훈련이 강조되는 가운데 시행되는 새로운 기준의 법위사정도 교법에 대한 이해도와 방편의 한계로 인해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약간의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단3대에 대한 평가와 4대 설계는 교단의 미래를 향한 디딤돌을 놓는 일이기에 재가출가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합력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는 “그대들은 이런 기회에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길 잘든 마음 소로 너른 세상에 봉사하여 제생 의세(濟生醫世)의 거룩한 사도가 되어주기 바라노라”(수행품55장)고 당부하며 도덕 훈련을 강조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우리가 할 일은 부지런히 훈련하고 보은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신축년 소의 해에 뚜벅뚜벅 밭을 가는 소처럼 미륵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자.

[2021년 1월 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