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욱 교무
강현욱 교무

[원불교신문=강현욱 교무] “올해는 사드 뽑자!” 원기106년 1월 1일 사드가 임시배치 된 성주 성지 달마산 철조망 앞에 울려 퍼진 외침이다. 미군 무기에 의해 일상의 평화가 깨어진 후, 새해 아침이면 성주 주민들은 달마산으로 김천 주민들은 맞은편 백마산에 올라 일출을 보며 다짐한다.

지난 한 해 성주 성지와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종식에 합력하기 위해 2016년 12월 7일부터 매주 이어오던 소성리 수요 집회를 중단했고, 성주, 김천 주민들이 이어오던 토요 문화제, 김천 촛불집회도 중단했다. 그리고 성주 성지 ‘소성리’에 오는 연대 방문 또한 자제를 요청했다. 거대한 국가 폭력에 맞서 매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 중 하나는 전국에서 달려오는 발걸음이다. 

그렇기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집회와 연대 방문의 중단 결정은 쉽지 않았으나, 주민들은 단호히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에서 코로나 19 확산을 경고하며 매일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와중에도 사드장비 성능개량과 기지 공사를 위해 3차례나 1,000명 이상의 경찰병력을 소성리에 동원한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민들에게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줬다. 

2020년은 전 세계가 그러하듯 성주 성지와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도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해였음을 실감한다. 경찰이라곤 멧돼지 출몰했을 때 말고 출동한 적 없던 조용한 시골마을에 매일같이 경찰 병력이 교대를 하며 상주하고, 시시때때로 대규모 경찰 병력이 들어와 무력으로 몸과 마음을 위협하는 긴장이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살아 온 지 6년.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주민의 삶보다 주한 미군의 사드 기지 완성을 선택한 정부에 또 한 번 실망하면서도 주민들은 올해도 산에 올라 새해 다짐을 하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속에서도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전 세계에 군사 기지를 늘려가며 무력과 투쟁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거대 국가의 거짓에 ‘일상의 평화’를 빼앗긴 경험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투쟁’보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 이어져 있는 진리의 실천과 실현만이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정산종사의 말씀을 온몸으로 깨닫고 있는 이들은 반복되어온 국가 폭력 속에도 ‘참다운 평화세계’를 위해 비폭력 적극적 저항의 행동으로 굳건히 길 위에 서 있는 주민들이 아닐까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대의가 널리 행하여지는 것이 용화회상(龍華會上)이라 했고 먼저 깨치는 사람이 그 회상의 첫 주인이라 했으니 『대종경』 전망품 16장, 대종사의 말씀을 실천하는 제자들이 ‘참다운 평화세계’를 위해 올해도 새롭게 다짐하며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성주 성지의 부처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면 결국 몸과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원기106년 올해도 소성리 부처님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라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 벚꽃이 흐드러지는 성주 성지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우리는 다시 몸과 마음을 재계하옵고 ‘불법사드 철거’와 76년 동안 이어 온 한반도 분단체제를 넘어 세계 평화를 간절히 발원하나이다.” (원기106년 1월 1일 진밭평화교당 1,393일째 평화기원문 중)

/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2021년 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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