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자
류현진 기자

“난 이제 원불교에 희망이 없는 것 같아. 교무들이 다들 각자 자기 살길 찾기에 바빠.” 교단을 떠난 한 교무가 남긴 말이다. 공감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자 역시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교무가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수 그런 교무들도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일부일지라도 왜 그들은 각자 살길을 찾게 된 것일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매년 인사철이 되면 교단의 명에 의해 아무런 불만 없이 인사이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을 뭐라고만 하기도 쉽지 않다.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같은 교무이지만 근무지에 따라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급여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일원화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힘든 상황에 있을 때 교단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온통 교단을 믿고 자신을 내맡길 텐데 그런 신뢰 관계가 약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한평생 두 마음 없이 교단을 위해 일해왔는데, 교단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를 바라보는 후진들은 더욱 교단만 믿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교단을 믿기에는 교단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 여기도 사회와 다를 바 없이 줄과 인맥이 중요하다는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숨이 막혀.” 또 한 명의 교단을 떠난 교무가 전한 말이다. 그리고 아직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부직자들에게도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이 옳다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각자의 특성에 따라 자신에게 옳은 것이 상대방에게는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대종사도 근기 따라 교화 방편을 달리했듯 상대방이 어떤 처지인지 살필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사람이 절박해지면 공동체의 가치나 규범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하게 되기 쉽다. 진리, 법, 회상, 스승을 믿고 온통 바쳤을 때 그에 상응하는 깨달음, 성장, 보람, 최소한의 생활과 노후가 보장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구성원들이 우리 교단을 안전하게 느끼고 계속 머물러도 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있기에 원불교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던 한 교무의 말이 가슴에 울림으로 남는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기에 실망해서 원불교를 떠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풀어서 희망찬 미래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에 찬 그의 말에 생각이 전환된다. 이처럼 주인정신을 가진 이들이 원불교를 굳건히 지켜온 것이 아닐까. 그래, 이런 이들이 있기에 원불교의 미래는 밝다.

[2021년 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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