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주 교무
정민주 교무

[원불교신문=정민주 교무] 우리가 사는 하나뿐인 지구가 위태롭다. 산업혁명 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생산 기술이 개발됐다. 대량생산·대량소비가 가능해지면서 다시 대량생산을 유발하는 가운데 생태파괴가 가속화돼 왔다. 물질적 풍요를 행복의 척도로 삼는 가치관이 팽배하면서 미래 세대 몫의 지구 자원까지 빼앗아 쓰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과거에는 수백만 년이 걸리던 일들이 몇 주안에 이뤄지는 빠른 속도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기후변화와 생물의 멸종, 각종 자연재해와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세상이 됐다.

21세기에 마주한 생태 위기 상황 속에서 대종사의 사상과 경륜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여 낙원세계 건설을 이룰 것인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원불교 교리를 중심으로 생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해 실천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생태주의와 생태운동
‘생태’라는 용어는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형성된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서의 ‘생태학(ecology)’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원어인 에콜로지(ecology)는 독일의 동물학자 에른스트 헥켈(Ernst Haeckel, 1834-1919)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생태학은 생물학의 분야로 생물 상호간의 관계 및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 즉 생명체가 자연계 속에서 증식과 자기 유지를 이루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새로운 흐름 속에서 현대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돼 생태주의 혹은 생태론으로 발전했다. 

생태학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와 함께 인류와 환경과의 관계를 다룬 환경과학, 또는 에콜로지의 측면을 강조하면서 인간 및 다른 생명체와 환경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적합한 학문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로써 생태학은 자연보호에 과학적 근거를 부여함과 동시에, 인간의 생태계에서의 균형과 조화를 통한 발전을 추구하는 자연과 인간의 인식 전환을 통한 새로운 세계관으로 형성됐다.

2019년 11월, 전 세계의 153개국 과학자 1만 1천 명은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해 현재와 같은 전례가 없는 인간의 고통은 온실가스 배출 및 기후변화 때문이며 세계 각국이 즉시 효과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태 위기를 구체적인 지표로 보여주는 자료는 이미 지구가 수용할 수는 위기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생태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러 생태담론이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인간이 ‘생태적’인 마인드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직도 ‘지속 가능한 발전(SD)’이 가능하다는 환상은 깨져야 하며,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길로 나가는 것이 생태운동의 핵심 방향이 될 것이다.

 

원불교 생태 운동 활성화 위한 제언
․ 생태 전담 연구소 필요
․ 원불교 생협운동 활성화
․ 녹색 종교로서의 생활 가이드라인 제정
․ 녹색 정치로의 전환 촉구

원불교 교리를 통해 본 생태사상
원불교는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른 불균형과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개벽을 강조하며 시작된 ‘문명개벽’의 종교이다. 이는 개교 표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에 잘 드러나 있다. 

소태산이 보는 미래 세상의 모습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다. 소태산은 이 세상이 말세가 되어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도리어 크게 문명할 도덕 세계가 될 것이라는 밝은 미래를 전망한다. 근대의 혜택을 입은 서양철학에서 나온 근대의 인간관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문명의 종말’을 논하고 있지만, 소태산은 대립과 상극의 문명에서 화합과 상생의 문명인 후천개벽사상에 의해 밝은 세상이 도래할 것을 밝히고 있다. 

소태산의 사상은 인류가 천지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우주만물을 한 기운으로 연결된 동포로 보게 하며, 그 대상의 범위 역시 일체의 유정과 무정을 포함하는 ‘전생령주의’이다. 동시에 절대적인 은혜의 관계로서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기존의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인간이 마음대로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만물은 무한 우주생성력인 ‘은’으로서 인간 존재의 기반이 되어 준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현대 문명이 가진 병폐는 곧 인간 정신의 병으로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되지만 물질과 정신의 균형과 조화는 도리어 결함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사은에 대한 보은의 길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이루어지며, 사은사요 삼학팔조라는 틀 안에서 인간이면 누구나 다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도상 요법을 밟아 나가도록 구체적인 길로 안내한다. 

원불교 교리에서 찾아보는 생태 사상은 물질계와 의식계 또는 과학과 종교 간의 오래된 관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오는 소모적인 갈등을 넘어, 이원론적 세계관을 사이에 두고 나뉘는 생태주의 사조들을 아우르면서 영과 육을 쌍전하고 도학과 과학을 겸전하는 원만하고 중도적이며 동시에 인과법에 충실한 생태 사상이다. 아울러 인간이 주체가 되어 우주 생명력의 근본원리이자 만물의 존재근거인 은혜를 자각하여 마음을 어떻게 작용하여 세상을 낙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론과 실천이 담겨 있다.


원불교 생태 운동 활성화를 위한 제언
그동안 교단에서는 생명과 환경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영산성지의 정관평은 유기농법으로 전환되고 친자연주의에 바탕한 교단 내 식품 사업들은 땅과 밥상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 

80년대에 환경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교단적으로 환경보전을 위한 생활지침을 선포했고, 90년대에는 ‘원불교 청년회 환경 선언문’이나 ‘환경 생명 은혜를 살리는 원불교인 결의문’이 발표돼 사회적 현안에 맞춰 교법의 사회화 및 환경을 살리는 실천과 의지를 다졌다. 환경실천 유무념 공부나 마음공부를 통해 안으로 ‘살림’의 공부를 하고 밖으로는 교육과 생협운동, EM보급과 은혜장터, 환경단체 천지보은회 결성이나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창립, 이웃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 활동, 핵 반대운동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운동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3덜운동’은 전지구적인 생태위기에 대처하는 소박하지만 실천적인 활동이다. 이상의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원불교 생태 운동의 발전을 위해 다음의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생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담 연구소의 설치가 필요하다. 원불교 생태 운동의 발전을 위해 교단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과물을 축적해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 환경연구회’를 발전시켜 생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담 연구소를 제안한다.

둘째, 원불교 생협운동의 활성화이다. 원불교가 개교 당시부터 조합의 형태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제도화된 ‘산업적 생활방식’의 삶에서 원불교 생협운동은 자본주의의 시장경제로부터 보다 자치적이며 유용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셋째,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녹색종교로서의 구체적인 생활 가이드라인이 제정돼야 한다. 소태산은 ‘영육쌍전’은 정신에 관한 삼건과 육신의 의식주 삼건이 하나 같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며 이는 인간의 생명에 직결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문화뿐 아니라 생태 주거를 포함한 전반적인 원불교 생활문화를 생태적으로 연구하고 보급하는 것도 중요한 대사회 불공이 될 것이다.

넷째, 적극적으로 정치를 선도하는 종교가 돼야 한다. 생태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개인의 노력과 실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친 의식의 전환과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와 같은 생태 위기는 결국 정치의 문제이기에 기후 비상의 단계에서 정치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원불교의 교의에 바탕해 녹색 정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생태 운동이 필요하다. 


참 문명 세계 건설
소태산은 후천개벽 세상의 새로운 문명 세계를 이끌어 낼 교법을 제시했다. ‘개교의 동기’를 통해 분명한 목표를 밝혔고, 세상이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이뤄져 있으며 한 체성 한 근원으로 연결된 생태적 세계관과 진화와 평등의 세상을 이루기 위한 사요를 밝혔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과 수행길로 이끄는 삼학 팔조를 통해 동정 간에 일심을 기르고, 일과 이치를 연구해 실행해 옮기도록 했다. 

소태산은 앞으로의 세상은 도덕이 발전되어 인류의 정신을 문명시키고, 물질과 도덕은 서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참 문명 세상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세상을 일컫는 말 중에 ‘생태 문명’의 세상이라는 이름도 있을 것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1년 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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