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갑 교무
권도갑 교무

[원불교신문=권도갑 교무] 마음공부를 함께 하는 분 중에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 아픔이 많았던 분이 있었다. 부모님 사진을 핸드폰 첫 화면에 올려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더니 처음에는 주저 하다가 그냥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모님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자도 놀랐다. 하루에도 수 없이 마주하는 사진을 보면서 점점 닫혔던 마음이 녹아 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 자식 간에 보이지 않는 깊은 사랑을 지니고 있다. 이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이 모든 인연과의 만남을 은혜롭게 열어 가게 할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행복한 가족에서는 ‘핸드폰의 첫 화면에 부모사진을 모시자.’ 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지금 손에 늘 폰을 들고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 때 마다 부모님 모습을 마주 대면한다면 그 기분이 어떠할까? 가슴이 흐뭇하고 따뜻해 질 것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녀나 손자 손녀의 사진을 올리고 또 어떤 분은 반려동물도 있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애인의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부모 사진을 모시자고 하니까 깜짝 반가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모습이 우리 모두의 변함없는 본심이다. 

예로부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하늘의 윤기가 연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이 귀한 윤리를 자신도 모르게 외면하고 있다. 

삶이 바쁘다 보니까 부모를 잊고 사는 사람이 많다. 어머니 아버지 보다는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들을 보살피는 일이 어쩌다 더 중요해 졌다. 그러다 보니 차츰 가까운 어른들을 챙기는 일이 멀어지고 있다. 누구나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부모가 나를 낳고 기르며 가르쳐 주신 엄청난 은혜 속에서 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소태산은 부모가 아니면 이 몸을 나타나지 못하고 장양되지 못한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오. 하시고 부모의 역사와 영상을 모시라고 하셨다. 옛 부터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했다.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의 존재 근원인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산다면 다른 모든 인연과의 관계가 성숙하고 건강해진다. 

한번 주위를 돌아보자. 인간관계의 뿌리는 ‘부모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에서 출발하고 있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으면 그 자녀가 학교에 가면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다. 직장과 사회에 나가면 자연히 윗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낸다.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도 주변 인연들과 관계를 잘 하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만남이 잘 되면 누구나 순조롭게 나날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부모를 한분밖에 모시지 못한다는 분도 있다. 괜찮다. 어떤 경우는 사진이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 분은 나름대로 정성껏 그림으로 그려서 올려도 된다. 또한 결혼을 한 분들은 자신의 부모만 모시기보다 배우자의 부모도 내 부모처럼 같이 모시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 방법은 한 달에 한 번씩 사진을 바꾸어서 올리면 되겠다. 그러면 부부가 화합하는 데도 보이지 않는 든든한 힘이 된다. 

이 작업은 결국 부모님을 늘 내 마음에 모실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다. 그러면 마음이 풍요로워져서 모든 만남이 아름답게 가꾸어 질 것이다. 스스로 해 보고 좋으면 주위에 가까운 인연들부터 하나하나 권장해 보라. 부담 없이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이로해서 나와 세상에 근본 윤기가 바로 서고 훈훈해 진다면 참으로 멋지고 살맛나는 일이 아닐까. 

/행복한 가족 대표

[2021년 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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