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군산은 병풍처럼 수 놓여진 푸른 바다위의 섬,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과거로의 여행, 맛있는 먹거리까지 더해져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정겨움이 가득한 곳이다. 군산으로 향하던 날, 시내 곳곳에 눈이 쌓여 하얗다. 눈을 머금은 낮은 지붕들은 겨울 동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며 정겨움을 더했다.
 

원기80년에 준공된 군산교당은 1층 소법당 및 생활관, 2층 대법당, 3층 영모전으로 구성됐다.
원기80년에 준공된 군산교당은 1층 소법당 및 생활관, 2층 대법당, 3층 영모전으로 구성됐다.

한 날 한 시, 세 개 교당 연원
대한민국의 근대역사를 머금은 군산, 군산교당도 이곳 군산의 역사만큼이나 원불교 역사를 대표하는 곳이다. 군산지역의 교화는 군산교당을 빼놓으면 성립이 되지 않는다. 현재 조경철 교무와정동섭 교무가 근무하는 군산교당은 원기20년 이대교 순교무와 재가교도들이 가정집에서 자발적으로 법회를 보며 시작했다. 원기35년 명산동에 48평 2층 1동을 매입해 군산교당을 설립했다. 이후 군산교당의 교화는 탄탄하게 뿌리내렸고 원기62년 동군산(경암), 서군산(월명), 남군산교당을 설립하고 각 교당에 60여 명의 교도를 분가시켜 한 날 한 시에 봉불식을 거행하는 교단의 전무한 역사를 이뤄냈다. 지금도 그 뿌리를 잊지 않은 군산지역의 교도들은 군산교당을 큰집 교당으로 부르며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군산교당 모든 의식에 독경반이 함께하며 교화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군산교당 모든 의식에 독경반이 함께하며 교화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온라인 법회의 시작
승승장구하던 군산교당도 코로나19를 피할 순 없었다.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법회중단이 잦아졌다. 2월 한 달여간 법회를 진행하지 못했고, 연세 지긋한 원로교도들은 교당 방문은 고사하고 거의 자가격리 수준의 집콕 생활을 하는 터라 간간히 여는 대면법회도 큰 의미가 되지 못했다. 조 교무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교도들의 신앙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20분 정도의 설교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법회를 진행했다. 촬영부터 편집, 전송까지 쉽지 않은 절차들을 직접 소화해 내며 시작된 온라인 법회는 고령인 교도님들까지 속속 참여하며 자리를 잡았다. 벌써 18개의 설교영상이 업로드 돼 편당 최고 조회수 900회, 평균 350회에 이를 정도로 신앙생활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사실 조 교무는 “영상법회를 남보다 먼저 시작했지만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한다 하더라도 고령인 교도님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응하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했다. 그는 “꾸준히 정성을 들인 결과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아무리 적응했다 하더라도 하루빨리 이 시국이 종식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대면 법회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라고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구 활동
군산교당의 소속은 중앙교구 군산지구이며, 군산지구의 지구교당이다. 하지만 군산지역 내 활동상황을 보면 지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군산교구였을 당시 교구로 활동했던 것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이 시작되고 마스크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구 내 재가출가 전 교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스크 1만장(1인당 30개)을 공수해 후원하는 등 적재적소에 지구 활동을 쉬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구는 매년 재가교역자 훈련과 법사·법호인 훈련은 물론 교단 재가단체인 봉공회·여성회·청운회가 지구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봉공회, 어린이·청소년 큰잔치와 3·1절 산상기도를 격년으로 주관하는 청운회, 은혜쉼터후원과 군산교도소 재소자 법회를 담당한 여성회가 그 몫을 다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음합창단을 구성하여 10여 년 이어온 4대 종단 평화합창제를 통해 종교화합의 주역이 되고 있고, 장학회를 구성해 전무출신 서원자를 배출하기 위해 지구 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교단의 근본적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교당의 전임 교도회장단으로 구성된 원덕회는 교화활동의 중심이 되어 대각개교절 지역기관장 초청 조찬기도회를 주관하고 있다. 그리고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송년 보은회, 연 3회 지구교화협의회와의 소통 및 재가단체들을 물심양면 후원하며 지구 모든 곳의 활동을 후원하는 든든한 어버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교무진의 노력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독경으로 맺어진 인연
조 교무는 교화훈련부 차장이던 시절 군산교당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원기99년 해마다 열리는 중앙교구 의식실천(독경)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군산교당은 참가자였다. 군산교당은 이듬해까지 3년 연속 우승을 한 독경계에서는 절대강자였고 이번 대회도 ‘군산교당의 우승으로 끝날 것이다’ 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군산교당은 불단도 밟아 보지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조 교무가 “3번 우승했으면 전설로 남겨두고 다른 팀에게 우승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한마디가 발걸음을 돌리게 했던 원인이었다. 그렇게 끝날 것 같던 인연은 이 사건이 지난 몇 달 후 조 교무가 군산교당에 부임하며 진하게 다시 이어졌다. 첫 인연을 맺게 해준 독경은 군산교당의 자랑이다. 교당의 독경반 운영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이제는 관록이 쌓여 명실상부한 교단 대표 독경반으로 통한다. 군산교당 교도들의 신앙수행을 이끄는 역할은 물론이고 의식 장엄으로 교화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군산교당 조경철 교감교무
군산교당 조경철 교감교무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 교무는 “군산지역은 앞으로 신해양 시대, 새만금 시대를 열어갈 대표 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인구, 경제 등을 볼 때 지역발전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겨울 추위에 버금가는 지역상황인 것이다. 
어렵지만 군산지역의 교화를 풀어나가기 위해 지구내 교무들과의 끊임없이 소통하며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군산시내권 교당들과 연합하여 유아학교, 청소년 센터, 문화, 장례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별로 묶어 물샐 틈 없는 교화시스템을 구축하는 교화구조개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확고한 의지이기에 머지않은 미래에 일심합력으로 교화비전을 이뤄 낼 것이란 확신을 줬다.     
 
모두가 영웅이 되는 세상
마지막으로 조 교무는 “과거에는 한 사람의 영웅이나 메시아가 세상을 구원했다면 다가오는 후천개벽 시대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영웅이 되어 함께 새로운 세상, 낙원세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각자 신년법문을 잘 실천해 가는 진급인이 되길 염원했다. 모든 순간이 흘러가면 역사가 되지만 모두가 기억에 남는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에 남는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가능하다. 예나 지금이나 교화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군산교당은 교화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만들어 가는 주역, 기억되는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솟아 있을 것이다.

[2021년 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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