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정탁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정탁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

[원불교신문=조안철 객원기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뜻이 서로 통해 시비를 가리지 않는 장자사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학을 평생 연구하고 집대성한 학자가 있다. 바로 김정탁(법명 효신·원남교당) 전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이다. 맑고 평온한 말로 항상 주위의 사람과 격 없이 어울리는 김 교수를 만났다.

“도덕적 신앙을 세운 어머니(류화정·원남교당)의 연원으로 원기53년 입교해 청년시절을 보냈어요. 요즘 퇴직 후 지난 일상생활을 뒤돌아보면 교수직의 전문인이자 원불교 신앙인으로 한 굴레로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이 최고의 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중앙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선택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학업을 시작했다. 귀국 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국내외 언론·방송사에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김 교수의 연구 업적은 장자사상의 ‘사람들 간의 소통,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 중심이 됐다.

김 교수는 ‘장자’를 무려 15년간 파고들었다. 집필에만 4년이 걸렸다. 금·토·일에는 밤 10시 이전에 연구실 문을 나선 적이 없었다. 학교의 경비 아저씨가 먹을 빵과 우유를 갖다 준 적도 있었다. 연구 원고 1만 5천 매의 방대한 분량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었던 시도이며 이웃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서도 좀처럼 없었던 시도였다. 그의 전공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장자사상과 소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커뮤니케이션 학회(WCA) 최우수 논문 수상
“장자 사상과 원불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학문 완성하고파”

얼마 전 그는 한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한 눈이 기능을 거의 상실해도 밤에 운전할 때 빼고는 거의 불편함이 없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이 우리 인간의 오감을 너무 발달시키다 보니 너무 좋은 눈, 귀를 줬다고 생각해요. 조금 둔하게 살아가도 되는데 너무 좋은 눈과 귀를 받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고  과장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김 교수가 대학원장 시절에 작은 소형차를 타고 다녔는데, 고급 외제차를 가지고 다니는 제자가 민망했는지 고급스러운 차를 가지고 다니라고 청했었다. 김 교수는 “자동차는 다리의 연장으로 저렴하고 튼튼한 차가 좋은 차라고 보는데, 차의 값이 인격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오감으로 인한 차별이 더 과장된 삶을 요구하는 사회가 된 것 같아 저는 불편하지 않은데 남들은 불편한가 봐요.” 

그는 테크놀로지라는 것은 우리 몸의 기능 연장일 따름인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걸 가지고 그 사람의 격을 만들고 차별로 더 많은 감각작용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 자연을 파괴하고 시비의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을 얻어 그것이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됐다는것이다.

김 교수는 6년 전에 국내 암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도 암세포는 있어요. 그런데 암 환자가 ‘나는 선인데, 암은 악이다’라며 제거 대상으로만 생각하면 회복이 어렵더라고요. 지금 한국의 지성 사회와 기득권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요. 오히려 ‘반갑진 않지만, 너도 내 몸의 일부인데 같이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암을 극복하는 거 같아요.”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을 깨달았다. ‘장자’의 핵심 메시지와도 통했다. 그는 당시 연구로 2015년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WCA)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자연을 망치는 것은 인간의 잘못된 오감으로 시작됩니다. 오감의 연장인 언어는 잘 쓰면 유용한 도구로, 잘못 쓰면 인간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잘못된 오감과 소통 없는 불통의 언어로 오늘날 우리는 어려운 사태를 겪고 있어요.”

그는 요즘에 코로나19 사태로 삶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인간은 각자 생활영역이 있습니다. 자연과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것이 올바른 생태계인데, 인간의 오감 만용이 환경을 깨뜨렸습니다. 생태계는 보호 본능이 생겨 인간과의 소통에 반격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소통이 바른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도덕과 종교의 차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도덕을 중요시하고 살아왔습니다. 물론 맹목적인 무속신앙과 공존했어요. 무속신앙은 세속적인 바람으로 나만 잘살게 해달라, 나만 성공하게 해달라는 등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점도 많습니다. 서양 종교가 들어오기 전에 종교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서양 종교가 들어와 무속신앙과 함께 수용돼 많은 갈등과 사회에 피해를 주고, 집단적 이익 이해관계로 변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에 원불교의 존재가 의미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원불교는 도덕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주의에 가까운 종교입니다. 요즘 사람은 도덕적이지 못하면서 종교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원불교도 물론 그런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도그마나 교단주의에 벗어나 도덕이 선행되어야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퇴임 후 주변의 권유로 관직도 제의받았다. 하지만 그는 학자로서 생활이 즐겁다고 말한다. “평생 연구하는 학자로 퇴임을 했는데요.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관직의 옷을 입고 주변과 사회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관직에 있으면 내 생각을 기능적으로 상대방에게 보다 빨리, 더 많이,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소통의 기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소통을 이룰 것인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것을 실천하며 가능한 시비를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신앙생활도 그런 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음의 갈등이 없습니다.”

그는 퇴임 후 더 많은 연구를 위해 걷기 운동을 매일 하며, 후배 학자들과 토론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노자의 『도덕경』에 관한 저서를 출판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의 지성사’에 관한 연구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 계획으로 ‘장자사상과 원불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학문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온전한 몸과 온전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사는 일이 새해 목표라고 말하는 그에게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법을 느낄 수 있다. 

[2021년 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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