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미국자치교헌에 의해 원불교미국종법사가 임명되었다. 교단은 왜 많은 우려를 무릅쓰고 과거의 관행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원불교를 미국에 새로 출범시키려 하는 것일까. ‘한국원불교’가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맞는 ‘미국원불교’의 탄생을 원했기 때문일 터이다. 더 나아가 미국원불교의 발전을 계기로 원불교의 세계화를 앞당기려는 목적 때문일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원불교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치교헌에 등장한 ‘교화단관리본부’의 의미를 톺아볼 필요가 있다.

원불교미국자치교헌 제28조 2항은 ‘미국총부에는 미국종법사와 미국수위단회, 미국교의회, 교화단관리본부를 둔다’고 규정하고, 제61조는 교화단관리본부의 업무에 관해서 ‘1.수위단회 관련 사무 2.교화단 관리 및 운영 사무 3.미국교의회 관련 사무 4. 행정 및 법인 관련 사무 5.감사 및 교정지도 관련 사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화시켜 이해하자면 미국원불교 조직체계에는 교정원과 감찰원이 없다. 수위단회사무처도 따로 두지 않고 법인사무 등 행정 총괄 업무를 교화단관리본부가 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한국원불교와 미국원불교의 가장 큰 조직상 차이점을 상징하는 교화단관리본부의 의미를 추측해본다. 

첫째, 이단치교의 구현. 10인 1단의 조직은 단순히 사람 수 중심의 물리적 조직 단위가 아니다. 성불제중의 뜻을 함께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공부와 훈련과 보은으로 제생의세의 서원을 이루려는 결사체가 바로 소태산 구세경륜의 핵심 조직인 교화단이다. 교화단관리본부에는 교조가 의도한 조직의 원래 목적과 방법론으로 회귀하려는 교단 지도부의 염원이 담겼다고 본다. 

둘째, 교화 중심의 교단 운영. 소태산은 교화를 위해서 교화단을 조직했다. 단순한 조직이지만 제대로 작동할 때 세상사람 모두를 제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교화는 교화단으로 하자는 교단적 의지가 교화단관리본부로 구체화되었다고 본다. 

셋째, 행정조직의 간소화. 교단의 모든 조직은 개교의 동기, 교조의 구세경륜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교화단관리본부는 불필요하게 비대화하거나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되기 쉬운 조직들을 간소화하려는 교단적 의지의 산물이라고 본다.

미국원불교의 과제는 매우 크다. 한국원불교의 귀중한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불필요한 제도와 방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나아가 세계교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화단관리본부는 미국원불교의 초기 성패를 좌우할 중심 조직이다. 깊은 연구와 정성스러운 노력으로 새로운 원불교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덧붙여 현재 한국원불교는 미국원불교의 중심에 놓인 교화단관리본부의 의미와 목적을 한국에서 어떻게 파악하고 구현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국원불교와 미국원불교는 둘이면서 하나이고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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