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대표
우리동네 사진관(대전둔산점)

고객과 대표가 만족할 때까지 사진촬영은 계속된다.
고객과 대표가 만족할 때까지 사진촬영은 계속된다.

[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지금 우리 삶에서 카메라와 사진은 기본 옵션이 됐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전성시대다. 그러다 보니 과거 제대로 된 증명사진 한 장 찍기 위해서 한껏 멋을 내고 방문했던 사진관은 하나둘 추억으로 사라져 간다. 


고객과의 소통 최우선
“모든 인간의 비밀은 숨겨져 있다. 그리고 사진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다.” 20세기 세계 최고 사진작가로 인정받는 유섭카쉬의 말이다. 전문인 취재를 위해 대전의 한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사진관을 찾았다. 좁고 어두컴컴한 곳에 조명대 하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사의 모습을 상상하며 찾은 사진관은 문을 연 순간 그저 상상의 나래로 끝이 났다. 세련된 실내 장식에 어울리는 여러 대의 작업용 컴퓨터, 한쪽 편에는 미용실 부럽지 않은 헤어메이크업실, 무엇보다 밝고 넓고 깨끗하게 단장된 내부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우리동네사진관(대전둔산점)’ 한송이(법명 예빈, 정토회교당) 대표가 사진으로 사람의 마음을 만나는 소중한 작업공간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 단순히 사진만 찍는 곳이라기보다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이 되고 싶어요.” 사진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고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 대표를 만났다.


여성 사진작가로서의 도전
10년 전 사진의 매력에 빠져 서울교통공사를 퇴사하고 사진 일을 시작한 한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제가 촬영을 시작할 때는 여성 사진작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도 많지는 않고요. 그 이유는 조명기기를 조작하는 등 사진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고된 일들이 많아 여성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여성 사진작가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차별화해 나가고 있다.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헤어메이크업, 이미지 컨설팅, 디자인작업까지 사진 한 장이 나오기까지의 쉽지 않은 전 과정을 섬세하게 챙기며 작업시간 만큼은 고객과 하나가 된다.

촬영전 헤어메이크업을 직접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촬영전 헤어메이크업을 직접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
사실 사진 한 장이지만 이 한 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배움을 멈추지 않았고 또 그 지식이 필요한 곳에 나누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용교육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4년 전에는 헤어메이크업 국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이미지메이킹·퍼스널컬러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으며, 헤어메이크업에 대한 현장의 경험을 살려 유튜브 개인 방송을 통해 관련 지식도 공유하고 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시작한 활동들이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더 많은 곳에서 빛을 내고 있다. “저희 사진관의 주 고객은 20대 여성분들이 80%이며 대전 부근 대학생이 주 고객분들입니다. 촬영 혹은 포토샵 수정을 하면서 대화하고 고민도 상담해 드리곤 하는데 몇 달 후에 취업 되었다고 사원증 촬영을 하시러 다시 오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고객의 성취가 곧 한 대표의 성취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자기계발을 이어가고 있다. 


더 소통하고, 더 집중할 수 있어
흔히들 사진사업은 내리막이라 한다. 누구나가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시대가 이를 더 앞당기고 있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물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중 20명, 주말 40명까지 찾아주셨어요. 지금은 사진 찍을 일이 많이 없어 고객 만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사진관을 찾아주는 한 사람이 더 감사하고 소중해졌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고객들과 더 소통할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현 상황에 맞춰 비대면 면접을 할 수 있도록 줌, 스카이프 등을 활용해 동영상 촬영에서부터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오히려 감사로 이겨내고 새로운 비전을 세워 나아가는 한 대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학에서 사진메이크업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서 사진메이크업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리이타 법문을 표준으로 
한 대표는 원불교 신앙하는 독실한 교도이자 정토(김일혜 교무)이다. 원광여자중학교, 원광여자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당시 최원심 교무와 인연을 맺고 원불교를 다니게 됐다. 그때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종교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교무님의 모습에 끌렸습니다. 저를 억지로 입교를 시키거나 강요하시지 않았죠. 그래서 자발적으로 학교 법당을 다니며 입교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무님께서 말씀하지 않은 가운데 풍기는 향기와 내면의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 모습을 본받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키울 때나 회사 직원들에게도 억지로 잔소리 하기 보다는 본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한 대표는 자신을 만나는 인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며 ‘자리이타’ 법문을 표준 삼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이로 인해 자신도 성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신앙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원불교 교도로 이 직업을 행하는 가운데 많은 것을 배운다는 그는 “사진관 주 고객인 청년들이 삶의 희망이 점점 사라진 것 같다며 종종 한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토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내가 처한 곳에서부터 교법을 실천하며 만나는 이들에게 조금이마나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앞으로의 다짐을 말했다. 

지금의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는 더 밝은 내일을 향해, 더 큰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키워가고 있다. 진심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의 마음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사진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본인 최고의 내면 모습을 남겨보길 희망한다.

[2021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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