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하늘에는 해와 달이 있듯 모든 것에는 음과 양이 있다. 원불교의 제중 사업에는 보이는 면과 드러나지 않은 면이 있다. 그중 교단의 큰 축이자 보이지 않는 면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정토회(남자 교무들의 부인으로 구성된 단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원가정 속에서 서원을 품고 출가하는 전무출신이 대를 이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정토회관의 역할이 크다. 정토들의 든든한 안식처인 정토회관을 찾았다.

전무출신을 할 수 있도록  가정경제의 후원 및 책임을 지는 이를 권장부라고 부른다. 정토회는 이러한 권장부들의 신앙과 수행 친목을 위한 단체이다.
전무출신을 할 수 있도록 가정경제의 후원 및 책임을 지는 이를 권장부라고 부른다. 정토회는 이러한 권장부들의 신앙과 수행 친목을 위한 단체이다.

“진흙 속의 연꽃이 되라”
대종사 당대에는 정토회원을 출가교역자와 다름없이 관리해 줬다. 한 가족처럼 살며 도덕이 흐르는 성자의 울타리는 대종사가 열반함에 따라 소속이 불분명해지게 됐다. 각지로 흩어져 가정을 이루고 살기 힘들었던 정토회원들은 1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야겠다는 절실한 생각에 자연스럽게 기금을 모아 보리 한 말, 쌀 다섯 되의 최초 모금액을 마련했다. 이에 정산종사가 쌀 두 가마를 하사해 오늘날 정토회가 탄생하는 기틀이 마련됐다. 원기40년(1955) 6월 2일 정산종사로부터 “진흙 속의 연꽃이 되라”는 부촉과 함께 정식 ‘정토회(正土會)’라 명명 받고, 13명이 발기인총회를 열었다. 처음 교당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각기 인근교당에서 법회를 보았고, 월 1회 이리교당에서 회원 간의 정신적인 결속을 굳게 하는 법회를 보았다. 연 1회 자체적으로 ‘정토 총대회’를 열어 배산이나 대각전에 모여 ‘정토회’의 정신을 세워나갔다. 점차 정토회원이 많아지면서 농사일뿐만 아니라, 시내로 나가 양재학원이나 여행사, 연탄공장, 건재상, 독서실 등을 운영하거나 학교, 바느질, 중앙시장에서 점포를 내는 등 다양한 직업군이 생기게 되었고, 일하는 일터마다 교화의 장으로 삼았다.
 

정토회관의 홀로서기
원기48년 8월 ‘정토회 제1회 훈련’을 시작으로 정토훈련의 기틀을 잡았다. 원기50년 5월 정기총회에서 회장 박길선, 부회장 이영훈이 선출됐고, 이때 회칙 등을 제정했다. 원기58년 4월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교당을 마련하고 초대 이지일 교무가 부임해 매주 정토회원들이 한곳에 모여 법회를 보기 시작했으며 이로부터 ‘정토회’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원기60년 4월 6일 정토회원들의 ‘종합회관’을 건립하라는 대산종사의 유시를 받들어 몇 번의 과정을 통해 현재 위치인 익산시 무왕로 820번지에 교당 대지 4,495㎡와 신동에 2,314㎡의 대지를 마련했다. 원기62년에는 남중동에 3층 건물을 완공하여 자체 교당을 마련하고 봉불식을 거행했다. 원기68년 10월에는 정토회관 설립 1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문화교당을 연원 교당으로 설립했다. 원기73년 1월에 정토회 종합회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원기76년 현 위치에 정토회 종합회관이 완공되어 봉불식을 거행했다.


신앙·수행 공동체
현재 정토회교당은 강덕제 교감을 비롯해 서원복 교무, 이광명 교무가 근무하고 있고, 서울분원교당에는 황자은 교무가 근무하고 있다. 평균 300명 넘게 법회를 보던 정토회교당은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로 비대면 법회를 보고있다. 정토회관은 법회 외 활동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회원간 신앙·생활·공부·애경사 등을 챙기는 것을 중심으로 월 1회 단모임을 통해 생활 공동체처럼 서로를 보듬어주고 있다. 또한 교화단 뿐만 아니라 세대모임을 가지고 있다. 세대모임은 비슷한 연령, 혹은 결혼 시기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주기를 함께하며 서로 화합하는 모임이다. 세대모임은 전무출신들의 출가동기처럼 각 지방으로 흩어지더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간의 정을 다지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이 밖에도 정토회원의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법문사경 캘리그라피, 요가교실, 정전대의연구반, 교리공부반, 헌배수행반과 같이 교법을 공부하는 그룹뿐만 아니라, 아모르댄스교실, 노래교실, 오카리나, 지승공예반, 하모니카반 등의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정토회관은 항상 활기가 넘치고 있다.

원불교의 동맥, 원친회
정토회관의 이야기를 하면 전무출신 자녀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무출신 자녀들의 모임은 초창기 중앙총부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원기27년 묵산 박창기 교무가 중앙총부 인근의 전무출신 자녀들을 구성해 ‘자공회’를 만들었다. 이는 전무출신 자녀들의 모임인 ‘원친회’의 시원인 동시에 원불교 어린회의 시원이다. 당시 전무출신들의 사가가 중앙총부 주변에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모임이 결성됐다. 이후 원기57년 대산종사의 명으로 전무출신의 자녀들과 은자녀를 포함해 중·고등학생 모임인 원족회(圓族會)를 구성했다. 그해 86명의 학생들이 신도안에서 여름훈련을 나게 됐고 훈련을 마치며 원친회(圓親會)로 개명했다. 창립회에서 “서로 일깨워주고 서로 뭉쳐서 원불교의 동맥이 되어야 한다”는 부촉을 받들었다. 정토회원들은 교육열이 대단했다. 집안에 농짝 하나 없어도 책과 책상은 있었으며 누구나 학교에서 우등생이었다고 전해진다. 총부 구내 전무출신 자녀들은 조실에 가서 문안을 올리며 잘하고 잘못된 것을 고하며 지냈다. 성자에게 칭찬을 받으며 서원을 세우게 됐고 성자의 기운으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자녀들은 후에 교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대학교 등록금 100% 지급
정토회관 차원에서도 이런 원친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했다. 원기65년 어린이 교화와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원광새마을유아원을 개원해 부모가 직장에 나가 아이들을 맡길 곳 없던 자녀들을 우선으로 보육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은 이후 18명이었던 원아의 수가 200여 명으로 늘게 됐고 원기75년 원광어린이집으로 전환설치 인가를 받았다. 이후 원기86년 현재의 정토원광어린이집으로 명칭 변경 후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또한 장학금을 모금해 어려움 속에서도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고 배움의 열정을 가진 자녀들을 후원하기 위해 정토장학회를 만들게 됐다. 원기60년 정토회의 홀로서기 시절 겸타원 임영전 정토의 모친 열반 후 희사된 장학금 기금 10만 원을 시작으로 많은 정토들이 앞장서 희사를 이어갔다. 원기83년 정토장학회가 발족한 이후에도 문산 김정용 종사와 유타원 김성윤 종사가 희사한 서울 방배동 부지에 세워진 유문빌딩 수익금을 전무출신 후원공단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원기93년부터는 원광학원과 원광새마을금고 등 각 기관과 교당에서도 정토장학회에 협력하고 있다. 정토회원들의 자녀가 마음 놓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크나큰 원력이 모여 이뤄진 성과로 정토회관의 자랑이자 교단의 자랑이다. 정토회관에서는 전무출신 자녀들에게 지난 해부터 대학교 등록금까지 100% 전액 지급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할 때
십타원 양하운 대호법부터 시작한 정토의 삶은 눈물과 고난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역대 선진들도 정토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교단에 전일한 역할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교단에 이바지한 바는 그 누구보다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단과 역사를 함께한 정토회는 어느덧 1세기를 보냈다. 이제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전무출신 지원은 날로 감소하고 있다. 정토회원 수도 당연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신충선 정토회관 회장은 “정토회교당은 신앙·수행을 통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교당으로, 정토회관은 후생복지에 중점을 둬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교단에 더욱 보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전했다. 강덕제 정토회관 교감은 “정토님들이 교당과 교단을 위해서라면 기도와 봉공은 물론 헌공까지 한결같이 헌신하는 모습에 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신심·공심·공부심의 재해석으로 정토회관이 더욱 본연의 목적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대종사는 행복한 가정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혼인 소개소를 설치해 전무출신들의 결혼을 권장하기도 했고, 기관을 적게 벌여서라도 현직에 있는 전무출신의 사가에 어려움이 없게끔 도와야 한다고 했다. 정토회관은 ‘공부하는 정토’, ‘봉공하는 정토’, ‘행복한 정토’의 세 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정토회원이 행복해야 일원가정의 모범이 될 수 있다. 현재 구성원의 행복과 미래를 준비하는 정토회관이 비전을 세워 희망차게 나아가는 모습을 주목해 보자.
 

원기104년 정토 동선에 정토회원들이 전산종법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원기104년 정토 동선에 정토회원들이 전산종법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2021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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