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희 지음 / 불광출판사 / 16,500원
임순희 지음 / 불광출판사 / 16,500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석가모니 붓다 이래 수많은 사람이 깨달음의 경지를 밟았다. 불교 경전과 역사서 등에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런데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과거 신분제와 가부장제 등 남성중심주의 사상이 여성들의 깨달음을 가로막아 왔고, 그녀들에 관한 기록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당당히 진리를 찾아 나선 여성들이 있다.

이 책은 석가모니 붓다 당시와 중국 선종사, 그리고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깨달음을 얻은 여성 선지식들의 이야기이다. 떡 파는 할머니, 기녀, 열두 살 소녀, 천민, 평범한 어머니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종교적인 수행에서조차 차별받아야 했던 그녀들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출발해 깨달음에 이르렀다. 지식의 높고 낮음, 재산의 많고 적음, 지위의 귀함과 천함 등 삶의 어떤 이력과 행적도 중요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깨달음은 본래 내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다른 곳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다른 이름은 자각이다. 나와 너의 깨달음이 따로 있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깨달음이 따로 있지 않다. 모든 행위와 현상과 존재의 바탕으로서 그 자리에 깨달음이 있다. 자신의 삶과 세상에 관한 진지한 관심과 탐구에 따라 그것이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을 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정해진 자격과 조건은 없다. 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저자는 “현대에는 자성에 차별이 없다는 인식이 여성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깨달음 앞에서 물러서는 마음을 보이거나 작은 체험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 스스로 바른 안목과 자신감을 가져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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