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령 교사 / 영산성지고
김효령 교사 / 영산성지고

[원불교신문=김효령 교사] 가정을 대신하는 학교. 내가 생각하는 우리 학교만의 최대 강점이다. 기숙사학교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 모든 인문계 학교며 특성화고등학교에 무분별하게 기숙사들이 생겨났다. 시설 좋고 능력 있는 사감선생님이 있는 기숙사학교는 대한민국에 많다. 그런 학교들보다 우리 학교가 더 괜찮고 비교할 수 없는 우위에 있는 점은 과연 뭘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이건 일부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업사감과는 또 다른 결의 생활이다. 모든 교사가 곧 사감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즉 학교에서 우리는 지식을 전달하는 지식의 전달자가 되고, 일과 후 기숙사로 돌아가면 엄마처럼 다정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감선생님처럼 생활지도를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도 그런 1인 3역할에 익숙해지고 잘 따라준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삶의 터전을 옮기던 3년 전,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경계였다.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기분 좋은 설렘을 주기도 했지만 담임이 곧 사감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정해진 사실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우리학교 최대의 장점이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도 없을 ‘사제동숙’이라고 자부한다.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지내는 우리학교 기숙사의 구조는 다른 학교와 다르다. 그냥 평범한 가정집의 구조를 생각하는 것이 빠를 듯하다. 다른 기숙사들처럼 감시와 감독에 손쉬운 팬옵티콘이나 복도식 나열 구조가 아니다. 한 학년이 한 세대를 이루고 있고 한 세대는 하나의 거실과 네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있다. 거실은 우리들이 간식도 먹고 회의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는 공용 공간이 되고 작은 크기의 방은 담임 선생님이 사는 곳이며 세 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인 같은 크기의 방 셋은 모두 우리 아이들의 것이다. 

사이즈도 놓인 가구도 모두 똑같은 것이지만 누가 머무느냐에 따라 방의 빛깔과 향은 달라진다. 한 명 한 명 아이들 각자의 특징이 모여 그 학년의 특징을 만들 듯 기숙사 생활에서도 아이들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단지 아이들의 강점이 잘 버무려지고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약간의 도움을 주는 조력자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쉼이 필요할 때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휴식을 제공하고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 필요할 때는 아낌없는 도움을 주면 된다. 아이들은 성격이 이미 형성된 어른들보다 더 쉽게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행복해한다.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방문을 한 번도 잠가본 적이 없다. 

평범한 일반 학교에 직장인으로서의 교사로 학교에 다녔다면 느끼지 못했을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나와 아이들은 작게는 각자의 식성 파악부터 크게는 집안의 크고 작은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함께 나누며 서로의 삶에서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는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내 품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늘 바른 삶을 살기 위해 힘쓴다. 입술을 바르고 분을 칠한 내 얼굴보다 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커 가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지나온 내 삶의 길이 후회 없이 자랑스러울 수 있게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올해도 함께여서 더 행복할 우리 집에서 우리학교 모든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많은 친구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늘 한결같은 처음 그 마음으로.

/영산성지고

[2021년 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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