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나의 출가일성은 대종사에게 예쁨 받는 제자로 사는 것이다. 작년 출가서원식에서 ‘가자! 보은의 일터로! 화이팅!’을 외치며 전무출신으로 멋지게 살아볼 것을 다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보은의 일터인 여의도교당에 신규부임해 청년·어린이법회를 담당하게 됐다. 청년들과의 첫 대면식에서 청년회장이 “교무님이 저희들에게 기대가 큰 만큼 저희들도 교무님께 기대가 큽니다. 설교를 정성스럽게 잘 준비해 주시고, 교무님께서 하고 싶은 교화를 마음껏 펼쳐주시면 합니다.” 이 말만 떠올리면 지금도 바짝 정신이 든다. 첫 대면식에서 오고 갔던 말들은 긴장 아닌 긴장으로 지금도 설교 단상에 서게 만들고 있다. 

작년 한해는 교화의 돌파구를 찾는데 나름 애를 많이 쓴 한 해였다. 코로나19 시대라는 낯선 환경을 맞이하면서 대면 법회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고, 청년·어린이들의 마음을 연하는 도중에 연결고리가 계속 끊어지는 것 같아 항상 원점에서 다시 재시작해야 하는 기분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보름 동안 격리시설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경험도 했다. 청년·어린이 교화에 먹구름이 끼였다.

청년·어린이들과의 관계는 멀어져 가는 것만 같고, 나는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던 중 서울교구 청교협 교무들과 함께 어린이 언택트(비대면) 정기훈련을 주체적으로 기획 진행 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교화방식에 눈을 뜨게 되면서 큰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교당의 청년·어린이교화를 언택트로 진행하는 것에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각종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습득에 두려움이 많았고, 설교영상을 대중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떠한 변화의 노력도 없이 머뭇거리면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 괴로운 일이었다. 

‘나 여기 무엇하러 왔는가?’, ‘나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떠올려 초심을 다시 챙기고자 의식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다. 이 낯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조금씩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교구에서 진행됐던 언택트 어린이 정기훈련 콘텐츠를 각색해 훈련을 받지 못한 어린이 30여 명을 대상으로 1주일간 언택트로 훈련을 진행했다. 어린이 부모들과 소통창구가 활짝 열리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 

이후 ‘법회는 쉬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어린이들에게 2주마다 법회 활동 자료가 담긴 소포를 보내줬고, 법회활동 사진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부모들이 바빠서 법회에 자주 출석하지 못했던 어린이들도 비대면으로나마 함께 하면서 법연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청년법회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용함으로써 쉼 없이 법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올라인(All-line)시대에 맞춰 온라인(On-line)도 오프라인(Off-line)도 능숙하게 활용할 수 방편을 습득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해 법회를 통해 청년·어린이들이 마음공부의 길에 들도록 돕고, 좋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정성을 쏟을 것이다. 교역자 생활의 시작점에 있다. 언제나 가는 길이 순탄하란 법은 없겠지만, ‘나 여기 무엇하러 왔는가’, ‘나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내 본분을 잊지 않고,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맡은 바 그 일 그 일에 힘과 정성을 다하면서 살면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이 될 것 같다.

/여의도교당

[2021년 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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