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교단은 원불교 세계화의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미국원불교 자치교헌에 따라 죽산 황도국 교무를 미국종법사로 임명했고 1월 28일(한국시간) 최초의 미국종법사가 미대륙에 도착했다.

미국원불교의 출범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겼다. 미국 현지화의 의미도 있지만 원래의 원불교 정체성 그대로를 실현해보자는 강한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교화단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원불교 조직 체계가 기존 교화 관행에 던지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원불교의 교화단관리본부는 어디에 있나. 쉽게 말해서 자나 깨나 교화단을 생각하고 교화단 교화만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있는지 자문해보자. 수위단회 산하에 수위단회사무처가 있고 교정원에는 교화훈련부가 있다. 하지만 수위단회 또는 사무처가 재가 교화단까지 총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화훈련부의 역할도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관련 규정에도 교화단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단치교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게 되어 있는 수위단회 산하 교화훈련상임위원회를 비롯한 교정 당국이 참여하는 교단적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단장들을 위한 불공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규정에 따르면 단장은 ‘단원의 신앙과 수행지도, 단별 훈련 실시, 단별 각종 활동 전개, 각종 모임 출석 독려, 상통하달의 연락, 정기 또는 수시 순교, 단관리와 일원세계 건설에 필요한 일, 기타 단 내외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파악하여 신속히 대처’하게 되어 있다. 실로 막중한 책무와 권한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량 제고와 활동 지원을 위한 훈련이나 불공의 수준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막연히 교화 활성화를 논하기보다는 이단치교의 교헌 정신이 교화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화단과 단장에 대한 불공을 위해 교단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셋째, 약 5000명의 단장을 교단 재도약의 주인공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을 교화 생장점으로 삼아야 한다.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는 십인 일단의 단 조직 방법을 제정하고 ‘이 법은 오직 한 스승의 가르침으로 모든 사람을 고루 훈련할 빠른 방법이니, 몇억만의 많은 수라도 가히 지도할 수 있으나 그 공력은 항상 아홉 사람에게만 드리면 되는 간이한 조직’이라고 설했다. 단지 9명의 단원만으로도 세계 교화가 가능하다는 선언을 하신 셈이다. 서원을 함께 하고, 함께 신앙하고 수행한다면 인류훈련이 가능하고 세계 교화도 가능하다는 말씀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10명만으로도 사기충천했던 초창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하물며 우리에겐 5천 명의 단장이 있지 않은가. 조불불사도 세계교화도 이들에게 달렸다.

[2021년 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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