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영 교도 / 원남교당
오준영 교도 / 원남교당

[원불교신문=오준영 교도]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해 나의 생활에서 행복과 불행한 점이 뭐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불과 2년 전, 평소 생활이었으면 각종 동호회와 개인 모임을 즐기고, 주말에는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경기를 보러 다녔을 텐데,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스포츠 관람과 각종 모임은 무관중 및 취소 여파로 몸살이 났다. 

일상의 변화가 컸던 만큼 좋은 점도 있었다. 중국의 많은 공장이 움직이지 않아 배기가스 사용이 감소하고 미세먼지 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우리의 삶에 맑은 하늘과 공기를 가져다줬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장에서 돌리는 물량이 적어서 하늘이 맑아졌고, 인도의 경우 최근 히말라야의 눈이 더욱 밝게 빛나는 것을 뉴스 기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공기 오염이 많으면 눈 위에 먼지와 그을음이 쌓이며 눈이 탁해지게 되는데 코로나19로 인도의 공기 오염이 줄어들면서 눈이 깨끗해진 것이다.

동시에 생태계의 빠른 복원을 가져다줬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수많은 야생동물과 야생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훼손시키고 수렵해서 그 종들을 멸망 직전까지 몰아내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의 움직임 자체가 줄어들면서 사라졌던 동물들이 다시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스시코 금문교에서는 코요테가 나타나고,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도심을 활보하는 장면, 웨일스 휴양도시인 란디지노에서는 산양 무리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불행해지기도 했다. 우리 삶에 나타나고 있는 코로나19의 불행으로 두 가지를 들 수있는데, 첫 번째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다. 평소에는 만나던 사람과 잘 지내다가 코로나19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스트레칭과 걷기운동 등 꾸준히 신체활동을 하고,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며 여전히 긴장해야 하는 지금은 이조차도 두렵다.

동시에 공부심도 줄었다. 타 지역으로 이사온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거의 반년 정도 교당에 출석하지 못했다. 교당에서는 지금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회의나 유튜브를 통해 법회, 그리고 단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 간의 대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인지 공부의 마음이 살아나지 않는다. 비대면 서비스들을 이용할 여건은 전부 갖춰졌지만 이용하기에는 상황이 익숙치 못하다. 

전체적인 상황을 되돌아보니 내가 원불교에 입교하고 지금까지 왔던 것은 사람과의 관계였던 것 같다. 대학에서 동아리에 출석하고, 원대연 선방 등에 참여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원불교와의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교법과 공부가 아니라 법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서였던 것 아닐까. 유튜브와 줌 등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세상보다, 서로 만나고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세상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어서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이전처럼 모임에 참석해 법연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올해에도 코로나로 인한 현상들은 지속될 것 같다. 올해는 내 SNS에 행복한 피드들을 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줄어든 나의 공부심을 다시 살려 일심을 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조심히 다짐해본다.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 표어와 ‘시대를 따라 학문을 공부하라’는 대종사의 말씀을 받들며, 비록 비대면 세상일지라도 법연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공부심을 놓지 않으리라. 그렇게 온택트 세상에서도 도반들과의 인연은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원남교당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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