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교도
정서경 교도

[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법위가 높아질 때에나 불지에 오를 때에는 순경 역경을 통하여 여러 가지 시험이 있나니, 내가 지금 그대들을 살펴볼 때에 그대들 중에도 시험에 걸려서 고전을 하는 사람과 패전하여 영생 일을 그르쳐 가는 사람과 또는 좋은 성적으로 시험을 마쳐서 그 앞길이 양양한 사람도 있나니.” (『대종경』 수행품 중)

누구나가 시험을 치르고 받고 싶은 결과는 좋은 성적일 것이다. 더군다나 패전하면 영생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하니 그 혹독한 결과를 안 이상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시험은 희망과 바람만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순 없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철저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평생 끝나지 않는 시험을 꾸준한 마음공부로 하나하나 풀어가는 교도가 있다. 원불교를 만나 『정전』 말씀대로 살기에 여념이 없는 해타원 정서경 교도가(54·海陀圓 丁瑞暻·원주교당) 그 주인공이다.
 

우주와 아들을 바꿀래?
자녀 가진 부모로서 가장 행복한 일은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올해 21살인 그의 아들은 중증자폐가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 “자폐란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거대한 산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었어요. 또 자폐가 어떤 병인지 알면 알수록 그 무게는 더 커 갔죠. 힘든 일을 할 때 언젠가는 그 끝이 있기에 버텨내곤 했는데, 무엇보다 이 상황은 제가 죽을 때까지 끝이 없다고 생각하니 남는 건 절망뿐이었습니다”라며 정 교도는 그때의 믿기지 않던 순간을 상기시켰다. 자폐아 가정의 90% 이상은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애아의 부모는 피에도 늘 눈물이 흘러요”라는 한 문장으로 이 상황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더는 절망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주와 아들을 바꿀래?’라는 의문을 품게 됐고 그 답으로 우주와 생명은 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아니다’라는 답을 하고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남들보다 조금 힘들 뿐이지 불행하다거나 이 상황을 원망스럽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히려 아들이 준 행복이 더 커 아들에게 감사했죠.” 어쩌면 인생의 가장 큰 시험이었을 일을 끊임없는 진리탐구와 마음공부를 통해 당당히 극복해 나갔다.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세상의 가장 큰 보물인 
‘정전’을 발견했습니다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맺어준 인연
마음공부를 하며 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인생 최고의 낙이라는 그는 “기독교적 표현으로 본다면 전 원불교를 만나 구원을 얻었습니다”라고 원불교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는 그때부터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 때 오빠의 권유로 교당을 다니게 됐고 그 인연이 깊어지며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해결 할 수 있었다. 이토록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가족이었다. 남편은 원주교당 교도로, 그를 원불교로 인도한 오빠는 원남교당 교도로, 동생은 출가해 영산선학대학교 교무(정현기)로 서로가 도반이 돼 함께 공부하며 도움을 주었다.

“제 가족들과 함께할 때는 삶 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회화를 통해 교법으로 풀어가요. 그러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답을 제 입으로 말하는 때도 있지요.” 또 시간이 나는 대로 동생 정 교무의 정전 강의를 반복해서 들으며 정전 공부에 매진했다. 요즘은 정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대조하기 위해 정 교무가 개발에 참여한 마음공부 앱 ‘Mball’을 휴대전화에 설치해 실행 여부를 일일이 점검하며 상시훈련에 공력을 들이고 있다. “이 공부를 지속 하다 보니 대종사께서 왜 훈련법을 내놓으셨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반복 또 반복하는 훈련만이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가는 길이고 내가 내 업을 굴릴 수 있는 세상의 진정한 조물주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렇게 가족은 그에게 때론 스승으로 때론 도반으로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돼 주었다.
 

Mball 상시훈련 점검프로그램.
Mball 상시훈련 점검프로그램.

이 세상의 가장 큰 보물 ‘정전’
그는 입교 후부터 끊임없이 하는 훈련이 있다. 바로 자신 안의 분별성과 주착심을 놓는 공부와 중도를 실천하는 공부이다. “경계에 부딪힐 때마다 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분별성과 주착심 때문이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신앙하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려 노력했지요. 또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중도행을 실천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러한 공부길을 세우고 수행 할 수 있던 것은 예전부터 스승을 모시고 쉼 없이 정진한 결과였다. 

“승산 양제승 종사님께 일원상 진리를 배웠고 우산 최희공 종사님께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정기일기를 감정받으며 분별성과 주착심 놓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장산 황직평 종사께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삶을 자유 할 수 있는 중도를 배웠습니다.”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세상의 가장 큰 보물인 ‘정전’을 발견했다는 그는 영생 동안 이 공부, 이 사업에 정성을 다하고 싶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이 보물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실천해 모두가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염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공부계획을 함께 나눴다.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 순간에 영원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진리를 알고 보니 저는 완전한 존재이면서 또한 불완전 존재였어요. 그 불완전한 것을 인정하며 시비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정전의 한 말씀 한 말씀을 체질화하고 싶어요. 이것이 제 영생의 공부목표이고 꼭 이루고 싶은 희망입니다.” 

정 교도를 인터뷰하고 나오는 길, 귓가에 맴도는 울림이 있다. ‘오늘도 앞에 놓인 수많은 시험을 오로지 교법으로 이겨내리라.’ 그는 늘 이 마음으로 정진하고 적공하고 있지 않을까.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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