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일연 교도
채일연 교도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지난 1년 지구촌은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단절되고, 도시와 국경이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변화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나뉠 것이라는 주장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옮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태적 거리두기’가 요구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개인간 혹은 집단간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병의 확산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면 ‘생태적 거리두기’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을 억제하자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신종감염병 75%가 인수공통감염병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국내 야생동물 관리체계는 여러면에서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멸종위기종이나 생태계 교란종, 생태계 위해우려종 등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야생동물을 수입하거나 생산, 판매하고 기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2011년~2019년 살아있는 야생동물의 수입은 350만 마리 정도로 매년 39만 마리 정도가 수입됐고, 그중 84.7% 297만 마리가 어떠한 허가 절차도 없이 수입됐다.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유입과 접촉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현재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태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먼저 야생동물이 인간사회로 유입되는 것을 제한하고 최소화 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야생동물의 수입 및 거래에 있어 제한된 종만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제도’를 골자로 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수입 가능한 종을 지정하고, 정보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야생동물의 수입, 생산, 판매를 관리하는 내용을 담아 그동안 무법지대와도 같았던 야생동물의 수입과 거래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침범과 파괴를 멈추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동물학과 로버트 M. 베이어 교수는 1700년 이후 전 세계의 토지 사용과 생물군계, 2100년까지의 16개의 가능한 기후 및 사회 경제적 시나리오를 사용해 16,919종의 서식 범위를 매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해당 종들의 자연 서식지 중 18%가 없어졌으며, 2100년에는 23%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통계청의 국가지표서비스 ‘e-나라지표’를 보면 1975년 663만㏊이었던 국내 산림면적은 40년이 흐른 2015년에는 633만㏊로 30만㏊가 감소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03배, 서울시 면적의 5배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실내동물원, 야생동물카페와 같이 몇 년 사이 우후죽순 늘어난 야생동물 체험 및 전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 역시 개인적인 차원의 생태적 거리두기 동참방법이라 생각한다. 야생동물카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라쿤만 하더라도 국립생태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 32종의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되며, 이 중 광견병을 포함한 인수공통감염병도 20종에 달한다. 물론 이러한 시설에 갇힌 동물들의 고통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나와 우리가족, 주변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듯, 인간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지키고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생태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광교당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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