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이번 호는 ‘이웃종교 이해하기’ 시리즈로 한국 불교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한국의 종교 현황’을 참고했다.

해방 이후 일제 강점기의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불교계의 내분이 벌어졌다. 특히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소위 정화유시 이후 여러 불교단체가 창종·분립·통합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교종단의 분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1962년 5월에 사찰령과 유사한 <불교재산관리법>이 제정되어 1988년 5월까지 시행된다. <불교재산관리법>은 불교 재산의 유출과 망실을 막는 역할도 했지만, 불교의 자주성을 가로막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 소위 10.27 법난을 거치면서 불교종단협의회라는 연합단체가 재구성되어 활동했다. 참고로 원불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전신인 대한불교총연합회 창립 당시에 참여한 12단체 중 하나였다.

한국 불교는 1988년의 불교재산관리법 이후 여러 종단이 존재하고 있으며 종단의 설립과 폐지가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교세가 큰 종단으로는 1962년에 통합종단으로 성립한 대한불교조계종, 1970년에 성립한 한국불교태고종, 1966년에 정식 재건한 대한불교천태종, 1947년에 밀교 종단으로 성립한 대한불교진각종 등이 있다.

 

조계종

조계종

한국 불교 최대 교단
승려 1만3천명, 신도 1200만명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확인된 국내 불교 종단은 146개나 된다. 그중 조계종은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 종단이다. 조계종의 ‘조계(曹溪)’ 라는 명칭은 초조 보리달마로부터 시작된 선종(禪宗)을 확립시킨 육조혜능(六祖慧能)대사의 법호에서 유래한다. 조계는 원래 중국 광동의 지역 이름이지만, 조계산 보림사를 중심으로 하는 혜능대사의 영향으로 선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조계종의 조직 구조는 총무원 직할교구인 제1교구를 필두로 24개의 교구본사와 특별교구인 군종특별교구와 해외특별교구 등으로 구성되며 3000여 말사가 소속되어 있다. 종단의 중앙 조직은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의 삼원 체제로 구성된다. 또한 종단 원로들로 구성된 원로회의가 있으며, 입법기구로서 중앙종회와 교구 종회, 그리고 종단의 사법기관으로서 호계원 등이 있다.

전통적인 불교식 수행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기본 단위인 총림은 8개가 있는데, 영축총림(통도사), 가야총림(해인사), 조계총림(송광사), 덕수총림(수덕사), 고불총림(백양사), 팔공총림(동화사), 쌍계총림(쌍계사), 금정총림(범어사) 등이 그것이다. 조계종 산하 종립 대학교로는 동국대학교와 중앙승가대학교가 있고,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비롯해 전국에 14개 고등학교, 15개 중학교를 조계종에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스님 수는 1만 3000명가량이고 신도 수는 1200만 명이다.

조계종의 종지는 종헌(宗憲) 제2조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조계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한 근본교리를 받들어 체득하고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함을 종지로 한다. 여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근본교리란 부처님이 깨치고 설하신 중도, 팔정도, 사성제, 무아, 공을 말한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은 『금강경』과 『전등법어』이다. 대승불교의 공사상이 집약된 『금강경』은 부처님의 여러 경전 중에서도 주석서와 강설집이 가장 많은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태고종

교임·유발승 제도 장점
사회·교화활동 효과적

국내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종단이다. 태고종은 원래 조계종과 한 뿌리였다. 그러나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諭示·담화) 등 진통을 거쳐 1970년 별도 종단으로 등록했다. 종단의 수장은 종통의 계승자로서 종단의 신성과 존엄의 최고 권위를 가지는 종정이다. 그리고 원로회의(상원)와 중앙종회(하원)가 의회제도의 상, 하 양원제 형태로 존재한다. 원로회의와 중앙종회가 입법부에 해당하는 기관이라면, 행정부에 해당하는 것은 종단 내의 사무 전반을 통할하는 총무원이다.

총무원장 산하에는 재정, 교육, 행정을 전담하는 각 부원장이 있어 종단 내의 각종 실무를 처리한다. 행정부원장 아래에는 규정부, 사회부, 기획부, 총무부가 있으며, 재정부원장 산하에 재무부가 있다. 또한 교육부원장이 통괄하는 부서로는 문화부, 교육부, 교무부가 있다. 특기할 것은 교육부원장 산하 부서 가운데 교임부가 존재하는 점이다.

교임이란 태고종단의 교유한 전법사 제도로서 출가승과 구별되는 재가승을 말한다. 본래 태고종은 사미계와 구족계와 같은 소승계율의 정신을 존중하되 범망경의 대승보살계를 중심사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승려와 교임의 독신을 고집하지 않고 결혼을 인정하며 출가와 삭발유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태고종은 교임(전법사) 제도와 가정을 돌보며 수행과 교화를 하는 유발승제도를 종단 조직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이들 유발승 제도와 교임제도는 사회활동과 교화활동에 효과적이며 고학력 엘리트 지성인 영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각 시도교구의 행정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는 서울 지역에 5개 교구 종무원이 있고, 인천과 경기 지역에 5개 교구 종무원, 그 밖의 지방에 15개 교구 종무원이 있다.

태고종은 산하 사찰 수가 3500여 개, 스님 수는 7600여 명 정도다. 신도는 600만 명이다. 소의경전은 『금강경』과 『화엄경』이다. 『화엄경』은 최고의 대승경전으로 평가 받는 경전으로 만법을 통합하면 결국 일심으로 돌아간다는 유심도리를 설하고 있다. 

 

천태종

불교의 현대화·생활화·대중화
삼광사, 단일 사찰론 최대 규모

천태종은 연원은 고려 말 대각국사 의천(1055∼110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태종은 원래 중국에서 성립된 가장 대표적인 종파의 하나로서, 수(隋)대의 고승 지자대사(智者大師) 지의(智, 538~597)가 법화경(法華經)을 중심으로 독특한 교관(敎觀)을 체계화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천태종이라는 명칭은 지자대사가 천태산에 머물면서 이 교학을 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천태종은 중창조로 일컬어지는 상월(上月) 원각(圓覺·1911∼74) 대조사가 불교의 현대화·생활화·대중화 등을 내세우며 1966년 시작했다. 소의경전은 『법화경』이다. 개인의 해탈을 추구하기보다 중생 구제에 방점을 찍는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천태종의 총본사는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이다. 종정 아래에 총무원, 종의회, 감사원, 원로원, 참의원 등이 있으며 종전역경원, 종책위원회, 상벌위원회, 고시위원회가 별도의 부서로 존재한다. 

천태종의 행정을 총괄하는 곳은 총무원이다. 총무원에는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산하의 6부 1실로 조직되어 있다. 총무부, 교무부, 교육부, 재무부, 사회부, 규정부, 기획실이 그것이다. 종무행정을 자문하고 보조하는 참의원은 신도회장을 역임한 신도와 종단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신도 중에서 종정이 임명한다.

천태종 승려는 어떠한 소임을 맡든지 밤에는 반드시 관음주송을 통해 지관수행에 매진하도록 권장한다. 천태종은 새터민,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을 비롯하여 저소득층 지원 및 복지사회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개성 영통사 복원 등 남북교류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산하 사찰 160개, 스님 370명, 신도 수는 250만 명이라고 나와 있다. 빠른 속도로 교세가 성장한 교단 중 하나다. 부산 삼광사가 대표적이다. 초파일 때 연등을 접수하는 인원이 36만 명이라고 한다. 단일 사찰로는 불교 종단을 통틀어 국내 최대의 신자 규모라고 한다.

 

진각종

법신불, 가르침의 주체
교직자 서로 결혼 권장

진각종은 바른 믿음과 참 깨달음을 구현하기 위해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지향하는 한국불교계의 대표적 정통 밀교종단이다. 조계종·천태종 등 현교의 경우 가르침의 주체가 석가모니 부처인 데 반해 밀교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진리 자체, 즉 법신불을 가르침의 주체로 본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의 밀교 전통을 이어받고 있지만, 진각종은 비교적 젊은 종단이다. 1947년 회당(悔堂) 손규상(1902∼63) 대종사가 세웠다. 불교계 전체가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만큼 기존 불교를 개혁하고자 했다. 수행 도량을 도심에 세우고 경전의 한글화를 꾀했다. 
소의경전은 『대일경』, 『금강정경』, 『대승장엄보왕경』 등 다섯 가지다. 진각종은 ①재가중심의 불교 ②실천 위주의 불교 ③깨달음 중심의 불교 ④무상진리(無相眞理) 중심의 불교 ⑤현세정화의 불교 ⑥시시불공(時時佛供) 처처불공(處處佛供)의 불교의 내용을 가진다.

현재 진각종의 최고 수장은 총인이라 불리며, 종단 사무를 총괄하는 기관은 통리원이다. 진각종의 의례가 거행되는 공간은 심인당(心印堂)이라고 한다. 진각종의 조직 체계는 서울의 총인을 중심으로 종단을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통리원, 종의회 및 교육원이 중앙 조직을 구성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는 심인당을 두고 있다. 이외에 회당 대종사의 탄생지인 경북 울릉군 중령에는 금강원이 있다. 종단에서는 이곳을 성역화하고 주변을 정화해 수도처로 삼고 있다. 

진각종의 교직자는 재속주의를 표방해 두발과 복장도 자유로우며 결혼이 허용된다. 나아가서 진각종의 교직자는 부부인 경우를 더 권장한다. 

교직자에 대한 칭호는 남성 교직자를 정사(正師), 여성 교직자를 전수(傳授)라 부른다. 일반 신도들을 지칭할 때에는 남성은 각자(覺子), 여성은 보살(菩薩)이라고 한다. 전국의 심인당은 116여 개, 교직자는 300명, 전체 신도 수는 80만 명이다.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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