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원로교무
김종천 원로교무

[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구르지예프는 인간계발의 7가지 단계(The 7 Levels of Human De-velopment)로 사람#1에서 사람#7까지 인간의 의식단계를 구분했다. 사람#4부터가 수준에 오른 사람들로 성인의 위(位)에 해당된다.

사람#4는 생각이나 가치관이 중심이 잡히고, 깊은 마음공부에 관심과 높은 단계로 올라가려는데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보통 일어나는 일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으며, 완전한 의식을 갖고 일을 한다.

사람#5는 조화된 인격체로 수정화(crystalized)되어 있다. 이전의 단계로 퇴전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모든 일의 진행되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사람#6은 사람#7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아주 완전하지는 않다. 완전한 지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약간 어리둥절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7은 변하지 않는 영원한 ‘나’라는 의식과 의지가 있다. 개성이 확실하고 불사신 같다. 구르지예프의 일곱 가지 사람됨의 구분과 소태산의 여섯 가지 법위등급을 비교해보면, 동서양의 문화적 배경과 표현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어 재미있다.

참고로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한 ‘일곱 가지 말’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다. 이 말은 『구약성경』 <시편> 22:1에 나오는 말로,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만약 이 말이 원망의 한 표현이라면 예수는 불교의 입장에서는 ‘성인’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성인은 어느 방향으로든지 추호도 원망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가 십자가에 달릴 때,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두움’이 내리고 ‘성소의 휘장 한가운데가 찢어지는’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천지가 감동하는 인물이 열반할 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역사적으로도 다른 종교에서 그런 기록들이 있기는 하다.

소태산 재세 시 법위사정은 굉장히 엄격했고 그런 전통은 정산종사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여래위는 쉽게 말하자면 ‘살아 있는 신(神,Ishvara)’이다. 전지전능하고 자비로운 분이다. 그런데 한두 사람도 아니고 다섯 손가락을 넘어 여섯이다. 출가위라는 것도 불교사에서 보면 개산개조(開山開祖)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의 해당 법위등급 본문을 보고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지 않는 사람은 병원에 가봐야 한다. 구르지예프는 1차 세계대전 때 세계에 성인(법강항마위 이상)이 10명 정도만 있었어도 전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구르지예프는 현대 유럽사회에 기발한 테크닉을 전수해 주었지만, 당신의 제자들 가운데는 걸출한 인물이 나오지 못했다. 그것도 그의 복의 한계다.

대강 이 정도면 성인 또는 부처님이란 어떤 분위기의 사람인지 감이 잡혔을 것이다. 앞으로의 감별 대상은 역사에 나오는 성인들뿐만 아니라 종파(宗派)의 기수가 된 사람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용기를 낸 분들이 등장할 것이다. 감히 ‘감별’이랍시고 세 치 혀끝 위에 올려놓겠다. 독자 제위의 양해를 구할 뿐이다. 넓은 의미의 부처, 또는 미래에는 부처가 될 것이라는, 외연을 넓혀 일원의 체성에 합하고 그 위력을 얻거나 얻는데 노력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되겠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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